2024년 09월 14일(토)



[이슈&인사이트] 2025년 예산안: 재정 건전성과 미래 준비, 그러나 부족한 경기 부양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9 10:00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김수현 전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2024년 8월 28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총 677조 4,000억 원 규모로 전년도보다 3.2% 증가한 2025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의결했다. 이번 예산안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복지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보건·복지·고용 분야에 249조 원이 배정되었으며, 이는 전년 대비 4.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이 한층 강화되었다. 또 다른 주요한 특징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인프라 구축에 대한 강조다. 정부는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삭감에 대한 반작용으로, 2025년 R&D 예산을 24.8조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2025년 예산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정부의 강력한 재정 건전성 유지에 대한 의지다. 이번 정부 들어 총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3.9%로, 과거 정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GDP 대비 -3% 이내로 개선하고, 국가채무 비율을 2028년 말까지 50%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3% 미만으로 유지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균형재정과 재정건전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재정 건전성 유지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재정이 지나치게 악화되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으며, 이는 외국인 투자 감소와 금리 상승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재정건전성의 주요 지표인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정부채의 리스크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정부채를 평가할 때, 재정건전성이 높을수록 정부채의 리스크가 낮아져 상대적 매력이 커지기 때문에, 낮은 금리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본의 유입이 지속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미연준)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한국과 미국 간의 금리 차이가 2%에 달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해외자본 이탈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장기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국제적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는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대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했을 때, 정부의 강력한 재정건전성 유지 의지가 오히려 부메랑처럼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남아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중동 간의 긴장,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자원의 무기화 등으로 글로벌 정세는 극도로 불안정하다. 이러한 갈등은 에너지와 식량 등 필수 자원의 공급망을 불안하게 만들고, 원자재 가격의 급등과 함께 세계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공급망의 혼란이 초래되고, 글로벌 경제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런 대외적인 요인들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은 글로벌 무역 환경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과 무역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경제 침체 우려와 중국경제 성장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제 성장률은 하방 압력을 받고 있으며, 상방 요인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내수 상황도 매우 심각하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못한 상태에서 고금리와 높은 물가, 내수 부진으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침체되어 있으며, 소비와 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황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단순히 재정건전성만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런 환경에서 재정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경기안정화에 맞춰져야 한다. 경기를 안정시키고 내수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는다면, 경제가 더 큰 침체에 빠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재정건전성 자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은 재정건전성만을 고집하기보다는, 대내외 경제환경을 고려한 유연한 재정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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