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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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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정책인데도 헌재가 ‘꾸짖을’ 정도…‘기후위기’ 이정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9 21:41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연합뉴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원이 구체적 정책에 판단을 내릴 만큼 기후위기가 심각하다는 이정표가 세워지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헌재는 29일 결정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서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할 때 미래의 환경적 조건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고 적었다.


헌재는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다'는 헌법 전문으로부터 국가 책무를 도출했다.


헌재는 “국가가 기후위기의 위험 상황에 대응하는 보호조치를 마련함에 있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이 이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미래 국민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필요할 뿐만 아니라,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의 평등한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헌법 35조 1항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헌재는 “기후변화로 생활의 기반이 되는 제반 환경이 훼손되고 생명·신체의 안전 등을 위협할 위험에 대해, 그 원인을 줄여 완화하거나 결과에 적응하는 조치를 하는 국가의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 의무도 (환경보전 의무에) 포함된다"고 적었다.


이를 근거로 헌재는 정부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법률에 전혀 규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가가 기후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책임이 있음을 선언한 최초의 사법적 결정이다.


현행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하고 있다.


헌재는 또 “미래세대일수록 민주적 정치과정에 대한 참여에 제약이 있으므로 이러한 영역에서의 입법 의무 이행에 대해서는 사법적 심사의 강도가 보다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피해를 많이 보면서 참여권은 보장되지 않는 미래 세대 기본권을 보호할 사법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2031~2049년 감축안 부재를 지적했을 뿐, 구체적인 감축 방향을 내놓지 않아 실질적 변화 없는 '선언적' 의미에 그쳐 아쉽다는 관점도 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지구의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에 대한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국제사회도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해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고 지켜지지 않으면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기로 하고 이를 위한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헌법소원을 낸 시민단체와 청소년 등은 정부의 2030년 배출량 목표치도, 부문별·연도별 감축 목표도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2021년 4월 독일 정부 2030년 목표치가 충분치 않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30년의 목표 감축량을 1990년 대비 55%에서 65%로 크게 높였다.


다만 헌재는 이날 정부가 설정한 배출량 목표치에 대해서는 사실상 사법적으로 관여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입법자(국회) 또는 집행자(정부)가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한 '특정 연도'의 감축목표 비율에 관한 구체적 수치에 대해, 헌재가 어떤 특정한 추정 방식과 평가 요소를 채택해 그 결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기여해야 할 우리나라의 몫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산출하기 위한 신뢰할 만한 방법이 아직 없고, 구체적 수치를 결정하는 것은 사회경제정책이나 외교정책까지 포괄하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결국 그 권한과 책임까지는 국회와 정부 몫이라는 것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앞으로도 정부가 나름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도출해 목표를 설정했을 때 법원이나 헌재가 사법적으로 개입하기는 어려워지는 셈이다.


다만 정부가 부문별·연도별로 정한 구체적인 감축 계획에 대한 평가도 헌재에서 이뤄졌다.


9명 중 5명(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의 재판관은 정부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40%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며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나머지 4명 재판관은 목표 달성이 불가하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렇더라도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고 판단해 기각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위헌 결정을 하려면 6명 이상 재판관의 동의가 필요해서 위헌을 선언하자는 의견이 법정 의견으로 채택되지는 못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해 '기후소송' 청구인·법률대리인단은 헌재 앞에서 회견을 열고 “판결은 끝이 아닌 기후대응의 시작"이라며 “오늘의 판결은 기후위기 속에서도 안전하게 살아갈 우리의 삶이 여기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청구인들은 “일부 내용이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오늘 판결은 기후위기를 넘어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환영했다.


기후·환경단체들도 나란히 성명을 내고 “정부와 국회가 조속히 후속 조치에 나서라"고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아시아 최초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기후 대응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돌이킬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앞둔 엄중한 시기에 국회·정부는 미적대지 말고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후소송네트워크의 공동 디렉터 사라 미드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아시아 최초로서 지역 전체에 중요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전세계 계류중인 수십건의 유사 사건들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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