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이슈&인사이트] 해리스가 가져올 기회와 리스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2 11:02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구기보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미 바이든 대통령이 차기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이어받았다. 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의 지지에 힘입어 해리스 후보 지지율이 피격 후 급등했던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앞지르는 여론 조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물론 해리스의 지지율은 후보 수락 후 일시적으로 급등했다고도 볼 수 있으며, 미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길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해리스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검토하는 것은 필요할 것이다.


해리스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이다. 즉 해리스는 기본적으로 바이든의 경제정책을 이어갈 것이므로 극단적인 변화를 시도하지 않을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소위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하여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전기차 및 배터리, 태양광 등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은 예정된 보조금을 수령할 전망이며,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 기업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기업도 관련 보조금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유관 기업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 내지 폐지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미국에 투자했거나 예정인 우리나라 기업들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며 미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었다. 반도체 및 친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으로부터 부품이나 중간재를 가져가므로 한국의 대미국 수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편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장밋빛 전망만 있는가, 아니면 어떤 리스크에 직면하게 될 것인가.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나라는 동맹국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시기 동맹국을 직접적으로 압박하여 미국의 국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하였다. 반면 민주당 정부는 동맹국과 연합하여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가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역으로 중국이 우리나라에 미국 편에 서지 않도록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해리스가 대통령이 된다면 바이든 시기에 시작된 리스크가 더 심화할 전망이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연합하여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하였으며, 동맹국에게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칩과 생산설비 수출 통제를 강화하였다. 바이든은 민주당 후보 사퇴 직전에 동맹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미국 기업의 대중국 통제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같은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압박은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에 전기차나 배터리를 수출할 때 중국산 부품이나 원자재 비중을 대폭 줄이도록 요구할 전망이어서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음으로 해리스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상당 기간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경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경우 즉시 '러-우' 전쟁을 종결시킬 것이라 하였지만 해리스는 바이든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민주당은 미국 내 석유나 천연가스의 생산을 늘리는 것을 지양함으로써 국제 유가를 떨어뜨릴 가능성이 낮다. '러-우'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상승하였음에도 미국은 자국 석유 생산을 늘리지 않음으로써 높은 인플레이션을 감내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환경이 악화할 전망이다. 해리스는 대선 공약에서 트럼프가 낮춘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인상할 것이라고 하였다. 법인세율이 인상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세부담이 증가하여 이윤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 투자하였거나 투자 예정인 우리나라 기업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또한, 해리스는 연방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최저 임금 인상은 기업으로서는 비용 인상을 의미하므로 법인세율 인상과 마찬가지로 이윤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해리스가 내세운 두 가지 공약이 모두 기업 친화적인 정책에 해당하지 않으며,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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