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주요 병원들이 응급실에서 일할 의사를 구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봉 4억원을 내건 병원도 쉽게 의사를 구하지 못할 정도로 '구인전쟁'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날 계약직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을 긴급 채용하는 재공고를 내고 오는 13일까지 원서를 받기로 했다. 연봉은 4억원이며, 계약 기간은 내년 말까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올해 들어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여러 차례 냈다. 지난 7월부터는 아예 채용 공고문에 연봉을 4억원으로 못박으며 구인하는 중이다.
인력 부족에 응급실 야간진료를 중단한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연봉 등 조건이 맞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세종충남대병원의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연봉은 3억5000만원 수준이지만, 인근 대형병원에서 4억원이 넘는 연봉을 제시하면서 사직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건국대충주병원 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 병원 측은 이들에게 연봉 인상을 제시했으나, 2명만 이를 받아들이고 잔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병원은 성인 환자를 담당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기존 14명에서 11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최근 이들 가운데 4명이 사의를 밝혔으나, 병원 측의 설득 끝에 사직을 보류하고 업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사직과 이직이 잇따르자 수도권과 지역병원 간 '인력 불균형'도 심각해지는 모양새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지난달 21일 기준 1484명으로, 지난해 4분기 1418명에 비해 66명 늘어나는 등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공공병원이나 지역병원을 중심으로 사직이 잇따르면서 지역사회 응급의료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원대병원은 최근 2년간 16차례에 걸쳐 응급실에서 근무할 의사를 채용 중이며, 지금도 7월부터 6명 모집 공고를 내 지원을 받고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아니어도 응시가 가능하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지난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누적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피로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본다. 진료지원(PA) 간호사들이 보조하더라도 이들은 진료하거나 처방을 할 수가 없어 실질적인 업무를 나눠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공의 집단사직 후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전문의, 일반의, 전공의를 포함한 전체 의사 인력은 평시 대비 73.4%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는 응급의학과 레지던트는 지난해 4분기 591명에서 지난달 21일 기준 54명으로 무려 537명 줄었으며, 일반의 및 인턴은 243명에서 35명으로 188명 급감했다.
과도한 업무 부담에 사직을 고려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나날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응급의학과 자체의 업무 강도가 높다 보니 아무리 고연봉을 제시해도 쉽게 인력을 충원하기 어렵고, 더욱이 지역의 경우 근무는 물론 정주 여건도 좋지 않은 편이어서 구인난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