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이슈&인사이트] 얼토당토 않은 계엄 의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05 11:01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더불어민주당의 뜬금없는 계엄령 의혹 제기로 시끄럽다. 시작은 김민석 의원이 8월 14일 자신의 SNS에 계엄령 준비설을 올린 것이었다. 근거를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은 “차차 말씀드리겠다"라며 즉시 제시하지 못했다. 김용현 국방부장관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대통령의 갑작스런 안보라인 교체가 탄핵을 대비해 게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주장해오던 '대통령 탄핵'과 '계엄령'을 연계시켰다. 그러나 제보를 들었다는 것 외에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자 민주당은 “게엄 가능성을 의심하는 국민이 있어 이를 안심시키는 차원"에서 이야기한 것이란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령 의혹은 2022년 11월, 당시 원외였던 민주당 부승찬 의원이 오마이TV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처음 제기했던 것이다. 개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 외에 아무도 믿는 사람이 없었던 헛된 주장이어서 당시에는 거의 알려지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방안보라인 교체를 계기로 김민석 의원이 재탕한 것을 민주당 지도부와 군 장성 출신 김병주 의원,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서 맞장구를 치면서 파장이 커졌다. 거듭되는 근거제시 요구에도 마땅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 말기 촛불시위로 치안이 불안했던 2017년 2월, 당시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만든 계엄령 검토 문건을 들어 윤 정부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으니 미리 경고를 한 것이란다. 이것도 문재인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의 지시로 샅샅이 조사했지만 결국 기소조차 하지 못했었다.


계엄은 정상적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불가능할 때 군을 투입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극히 예외적인 비상조치다. 헌법 제77조는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계엄의 요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고(①항),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지체없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⑤항)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정치사에서는 총 16회의 계엄(경비계엄 4회, 비상계엄 12회) 사례가 있었고, 가장 최근의 계엄 사례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계기로 1979년 10월 27일 시작되어 1981년 1월 24일까지 440일간 지속된 비상계엄이 마지막이었다. 과거 전쟁과 급속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개발독재를 경험한 우리나라에서 부적절한 계엄이 있었지만 민주화 이후는 물론, 전두환 정권 내에서도 단 한 차례도 발동된 적이 없었다. 이런 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을 막기 위해 비밀리에 발동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주장이다.


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자. 우선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2/3의 동의가 필요한데, 108석을 가진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이지만 대통령 탄핵만큼은 국민의힘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니 탄핵을 막기 위해 계엄을 준비할 필요성 자체가 없다. 뿐만 아니라 설혹 계엄을 선포하더라도 헌법 77조⑤항에 따라 국회가 과반수로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즉시 이를 수용해야 하고 계엄으로 인해 무력화됐던 모든 법률의 효력이 즉시 복구된다. 소용없는 계엄을 대통령이 비밀리에 준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민주당은 이를 의식해 윤석열 정부가 국회의원 42명(현재 야당 의석은 192석)을 체포·구금할 계획이라는 비현실적 주장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계엄 중에도 국회해산이 불가능하고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도 그대로 유지된다. 42명의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면 국회가 회기 중이 아니거나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국회의원 42명 체포·구금설이 얼마나 허황된 소설이냐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각종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이 소설을 쓴다고 그렇게 주장하더니 진짜 소설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쓰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대표 말처럼 소설도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아야 하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럴 듯해야 팔릴텐데, 그렇게 허황되고 비논리적인 소설이 팔리겠는가. 만일 민주당의 주장대로 대통령이 실행한다면 그것이 곧 대통령 탄핵소추의 사유가 될 것이니 더더욱 용산과 국민의힘이 계엄을 시도할 동기가 없다.




소속 의원들의 근거 없는 계엄령 준비설 발언에 대해 자제를 요구하고 사과를 해야 마땅한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서 단 하나의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럴 '우려'가 있어 미리 경고하는 것이라는 민주당은 공당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사악한 이익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정치가 하도 국민을 짜증나게 만드니 국민을 한번 웃겨보려는 의도인가. 그렇다면 전혀 웃기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나치 괴벨스식 궤변에 더욱 짜증이 난다. 거짓말도 자꾸 반복하면 믿게 된다는 거짓 선동을 21세기 개명천지에 하고 있다니 국민을 바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결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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