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었던 '월 40만원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와 관련한 의견이 분분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확정한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기초연금을 월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6년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등 저소득 노인부터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인상한 후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세금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매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노후소득 보장제도의 하나다.
연령과 소득 자격요건만 충족하면 받을 수 있어 저소득 노인 만족도가 높다.
기초연금은 당초 월 10만원이던 기초노령연금을 국민연금 사각지대 완화 등 목적으로 확대 개편하면서 도입됐다.
2014년 7월 도입 당시에는 월 최대 20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2018년 9월부터 월 25만원으로 오르고 2021년부터는 월 최대 30만원을 주고 있다.
기초연금액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금씩 오르는데, 올해는 1인당 최대 월 33만 4814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은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공약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은 물론, 지난 8월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도 해당 공약 실현을 거듭 언급했다.
다만 정부가 국민연금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기초연금 인상에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 붙는 것도 사실이다.
심지어는 중하위 소득계층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떨어뜨리고 젊은 층 근로의욕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민연금연구원도 2020년 4월 1~16일 국민연금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의향을 설문 조사하고 '기초연금 수준과 국민연금 가입 유인의 관계' 연구보고서에 담았다.
조사에 따르면,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40만원까지 인상될 경우 국민연금 장기가입 의향을 물어보니, 전체 응답자 33.4%가 국민연금 가입을 중단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50만원까지 오르면 전체 응답자 46.3%가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는 내지 않고 가입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현행 기초연금 제도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길면 기초연금을 감액하는 이른바 '기초연금-국민연금 가입 기간 연계 감액 장치'도 있다.
삭감 기준은 올해 노인 단독 기초연금액(33만 4814원) 1.5배 이상을 국민연금으로 받는 사람부터다.
일부 국민연금 수령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국민연금 혜택이 줄어들 예정인데, 자신이 받지 못하거나 감액당하는 기초연금을 세금으로 올리는 데 대한 불만을 느낄 수 있다.
올해 기초연금 예산은 국비와 지방비를 더한 24조 4000억원으로, 한국 복지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을 차지한다.
세계 최고 수준 고령화 속도상 기초연금 대상자를 현 상태로 유지하면 2030년 914만명, 2050년 1330만명으로 불어난다.
저출산과 맞물리면서 2050년에는 전체 국민 3명 중 1명이 기초연금 수급자가 될 수 있고, 총 기초연금 재정소요액이 125조 4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기초연금 지급 대상인 소득 하위 70% 기준을 낮춰 더 소수 저소득층에 지원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선정기준액은 기초연금이 처음 시행될 때인 2014년 월 87만원에서 매년 올라 2024년에는 월 213만원으로 급등했다.
결국 약 2.4배로 뛴 선정기준을 다시 내려 '하후상박'(소득하위에 후하고 소득상위에 박한 방식) 취지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위원회인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도 '2023년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런 내용의 기초연금 개혁안을 제안했다.
평가위는 장기적으로 수급 대상을 기준 중위소득 50% 안팎으로 더 낮추고,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수준까지 수급액을 높이는 안을 제시했다.
이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 절대 다수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올해 1인 가구 중위소득은 222만 8000원으로, 절반인 50%는 111만 4000원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기준 2000만명에 가까운 전체 가입자에서 월 110만원 미만 소득 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2년마다 발간하는 '2022 한국경제 보고서' 사회안전망 부문에서 평가위와 유사한 지적을 내놨다.
수급 대상이 너무 많다 보니 수급액이 작다며, 국민연금 개혁을 전제로 기초연금 수급자 규모를 축소하고 수급액을 높일 것을 제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