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이슈&인사이트]미국 대통령선거 TV 토론회의 변화와 의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1 11:02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시간으로 11일 오전에 실시된 미국 대통령선거 TV 토론회도 그렇고 이번 2024몀 미국 대선은 파격의 연속이고 이변의 속출이다. 1789년 첫 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이후 경선까지 마친 대통령 후보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퇴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해서 단임으로 끝나는 경우는 있어도 재선을 아예 포기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전자는 지미 카터 대통령이나 아버지 부시 대통령 정도인데 후자는 해리 트루만 대통령과 린든 존슨 대통령이 있다. 후자에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세 중에 총격을 당했는데 임기가 끝난 뒤에 암살 시도를 당한 경우가 거의 없다. 또한 미국에서 총격으로 사망했거나 총격을 받은 대통령은 끝에 0으로 꺾어지는 해에 당선되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지 않은 2016년에 당선되었다. 이번에 만약 민주당의 해리스 후보가 당선된다면 235년 미국의 대통령선거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자 흑인과 인도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긴다.


이번 대통령 TV 토론회도 매우 예외적이다. 원래 미국의 TV 토론회는 1960년 케네디와 닉슨 사이에 흑백 화면으로 처음 등장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라디오를 TV가 대체하는 시점이었다. 1988년부터는 초당적 비영리기관인 대선토론위원회가 주관해왔다. 위원회는 대체로 대선 1년 전에 대통령 TV 토론회의 일정, 장소, 방식 등에 대하여 정해둔다. 예측성과 공평성을 위해서이다. 2024년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세 번의 대통령 TV 토론회(9월 16일, 10월 1일, 10월 9일)가 일찌감치 잡혀 있었다.


이러한 일정과 달리 올해 대통령 TV 토론회는 6월 27일에 진행되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연신 말을 더듬고 눈의 초점도 사라진 늙은이 모습을 보이며 결과적으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일로 이어졌다. 트럼프가 일찌감치 토론회를 해서 바이든이 늙은 모습을 노출시켜 승기를 잡겠다고 조기 토론을 제안했으니 작전 성공이다. 바이든은 토론회를 두 번만 하자는 제안에 솔깃했다. 양측은 9월 초면 시작되는 사전투표 이전에 TV 토론회를 실시해서 표심에 영향을 주자고 계산했다. 역설적으로 조기 토론회는 민주당에게 8월 전당대회 이전에 바이든이 사퇴하고 법적으로 문제없이 새로운 후보를 선출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다.


6월 27일 대통령 TV 토론회가 끝난 뒤 민주당은 바이든 사퇴 이후를 준비하느라 혼돈의 시간을 지냈으나 공화당은 7월 13일 트럼프가 총격을 당하고도 살아나면서 승기를 굳히는 듯 보였다. 7월 16일부터 시작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가 불사조요 순교자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7월 22일 바이든이 공식적으로 후보를 사퇴하고 해리스에게 자리를 양보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8월 19일 시작된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해리스의 상승세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게 만들었다.




이번에 실시된 대통령 TV 토론회는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토론회로 인하여 승자의 향방이 어떻게 될지 예상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 트럼프가 총에 맞고 전당대회를 거쳤어도 지지율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았다. 민주당에서 해리스를 선택하고 전당대회를 치렀어도 컨벤션 효과가 없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양극화가 너무나 극명해서 어지간한 일이 터져도 양대 정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변동이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후보로 지명된 뒤 한 달 동안 해리스의 지지율이 상승세일지라도 막상 선거인단 수를 계산할 때 트럼프보다 우세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최근에는 해리스의 지지율도 정체 중이다. 미국 대선은 간선제라서 전국 득표율보다 주마다 승자독식하는 선거인단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표는 더 많은데 선거인단 계산에서 지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두 후보가 269명씩 나누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때에는 1월 초에 하원에서 의원들이 투표를 다시 한다. 만약 트럼프가 선거 결과를 또 불복하는 시도가 일어나면 시끄럽게 될 것이다. 이래저래 11월 5월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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