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가운데 일방적 개혁을 추진했다 실패한 프랑스와 숙의에 공들인 끝에 개혁을 달성한 영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5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이슈와 논점-사회적 대화를 위한 연금개혁 공론화 기구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 1995년 당시 경제 불황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 보장 분야의 급진적인 개혁을 정부 주도로 추진했다.
사회보장세를 신설하고 직역 간 공적 연금제도의 불공평을 해소하는 연금개혁안 등을 내용으로 한 '사회보장 개혁안'이 의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다.
하지만 특별연금 노조를 중심으로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고 국영철도와 공공교통의 시위로 3주 동안 프랑스 대퉁교통이 마비됐다.
우체국, 교사, 기타 정부기관 노동자 등 200만명이 파업에 동참하며 프랑스 경제는 더욱 침체됐고 결국 정부는 연금개혁안을 전면 철회했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노조에 대한 공격으로 대립 양상이 증폭돼 결국 연금개혁에 실패한 것이다.
반면 영국은 2000년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연금개혁을 이뤄냈다.
영국 정부는 2002년 총리실, 재무부, 노동연금부에서 각각 추천한 3명으로 연금위원회를 설치했다.
상이한 배경의 위원들로 구성됐으나 위원들은 권고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탈정치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원회는 '상태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없도록' 객관적인 사실을 제시하는데 중점을 뒀다.
이후 정부의 노동연금부는 2005년 6~11월 영국 8개 지역에서 일반 대중,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전 국민 연금토론'을 개최했는데, 여기에는 위원회가 만든 여러 대안의 이점과 부담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돼 제공됐다.
정부는 2006년에는 숙의적 협의와 여론조사를 겸한 '전 국민 연금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6개 지역에서 시민 2000명이 참여했다.
연금제도가 복잡해 처음에는 국민들의 이해도가 낮았지만, 숙의가 거듭될수록 대중은 연금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했고, 노후 대비를 위한 비용과 책임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판단을 변경했다.
보고서는 “영국의 사례는 갈등을 최소화하는 합의적 연금개혁의 성과를 잘 보여준다"며 “한국이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했던 국가들의 연금개혁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처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개혁 추진은 지양해야 하며 영국 정부가 만든 위원회가 객관적인 사실을 제시하는데 주력했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연금 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공적인 상설기구가 필요하다"며 “국회가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개진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할 수 있으며, 연금개혁의 결과가 법률의 형태로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해 국회에 연금개혁 공론화 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