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 흐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임원들이 지난달부터 자사주를 매입, 투자심리 달래기에 나섰지만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700원(1.15%) 내린 6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23년 3월20일(6만200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를 대거 순매도하고 있는 외국인 역시 21거래일 연속(9월3일~10월8일) 순매도 우위 흐름을 이어갔다. 외국인의 매도 규모는 9조9831억원이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도 20.23% 하락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다. 개인은 9월 3일부터 10월 8일까지 삼성전자 주식을 9조4874억원 순매수했다.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급증했다. 이달 7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9236억원이다. 지난달 2일 6180억원 대비 49.4%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4일 기준 9243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 24일(9356억원)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금액이었다.
삼성전자 임원들은 지난달부터 이달에도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 방어와 책임경영의지를 보여주며 투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장(사장)은 지난 4일 자사주 3000주를 주당 6만2500원에 매입했다. 금액으로는 1억8750만원이다.
지난달에는 DS부문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과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사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남석우 제조&기술담당 사장,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 등 21명의 임원들이 자사주 7만2049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반도체(DS) 부문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74.49% 오른 수준이지만 증권가 이달 기준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평균 추정치) 10조7710억원 대비 15% 이상을 하회했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선스는 8월 초 기준(13조6600억원) 대비 20% 이상 낮아진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2분기 6조4500억원에서 3분기 5조원대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까지는 삼성전자 주가 흐름이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밸류체인에서 소외되고 있고, SK하이닉스에 HBM 시장 주도권을 빼앗겨 실적과 주가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단 이유에서다. 특히 5세대 HBM인 HBM3E 납품이 늦어지고 있는 점도 투심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늦은 HBM 시장 진입도 모자라 DS부문 실적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고, 예상을 하회하는 스마트폰 수요와 구형(레거시) 메모리 수요도 둔화하는 중"이라면서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먼저 이뤄져야 주가 회복도 가능할 것"일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 주가가 이미 악재를 반영한 만큼 추가적인 약세는 제한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언급된 시장의 우려들이 충분히 반영된 만큼 역사적 하단 영역에 불과하다"며 “앞으로는 메모리 업계의 높아진 이익체력과 단기 둔화 후 재반등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