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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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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헐린 지나가더니 이젠 밀턴…“기후변화가 초강력 괴물 키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10 12:09

허리케인 밀턴, 플로리다 상륙
헐린 이후 2주도 안돼 강타

이례적인 빠른 발달 속도…고수온이 주범
“기후변화로 헐린 위력 더 강해졌다”

Hurricane Milton Weather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을 받는 미국 플로리다 탬파지역(사진=AP/연합)

최근 열대성 폭풍 허리케인 헐린으로 미 남동부 지역에서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2주도 안돼 초강력 허리케인 '밀턴'이 9일(현지시간) 밤 미 플로리다주에 상륙하면서 큰 피해를 안길 것으로 예상된다. 밀턴으로 발생되는 피해액은 미 역사상 기록되는 최악의 재해로 평가되는 2022년 허리케인 이안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아 허리케인의 위력이 강해졌다고 진단한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이날 밤 밀턴은 플로리다주 시에스타 키 해안에 상륙했다. 최대 풍속은 시속 120마일(시속 205km)로, 3등급 허리케인이다. 밀턴은 한때 최고 등급인 5등급까지 발달한 이후 하향 조정됐지만 위력은 여전히 상당하다. 최대 지속풍속이 시속 195㎞로, 해안에서 최대 4m의 해일이 일고 일부 지역에선 최대 460㎜의 폭우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밀턴에 따른 피해액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분석업체 엔키리서치의 척 왓슨 모델분석 전문가는 이안으로 600억달러의 피해 보상금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는 600억~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헐린까지 합할 경우 피해액은 1500억달러까지 불어날 수 있다고 왓슨은 전했다.



Hurricane Milton Weather Explainer

▲허리케인 밀튼 위성사진(사진=AP/연합)

그러나 주목받는 부분은 밀턴의 이례적인 발달 속도다. 헐린이 지난간 이후 멕시코만에서 새로 발생한 밀턴은 불과 하루 만에 5등급 허리케인으로 급격히 강해졌다.


예보 회사인 웨더타이거의 라이언 트루첼럿 회장은 “역사적 선례는 정말 없다"고 했고 미 국립 대기연구센터(NCAR)의 크리스토퍼 로조프 대기 과학자는 “밀턴은 엄청난 허리케인"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과학자들은 밀턴의 갑작스러운 발달을 어떻게 예측하지 못했는지에 주목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밀턴의 위력이 빠른 속도로 커지게 된 배경엔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미 국깁해양대기국(NOAA) 산하 국립 데이터 부표 센터(NDBC)에 따르면 밀턴이 형성될 당시 멕시코만 수온은 화씨 86도(섭씨 30도)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평균인 화씨 78.4도(섭씨 25.7도)를 크게 넘어섰다.


일기예보 서비스 아큐웨더는 멕시코만 수온이 평소 대비 화씨 1~5도 가량 높다고 전했다.


우드웰 기후 리서치 센터의 제니퍼 프랜시스 선임 과학자는 “엄창나게 따뜻한 멕시코만에서 자라난 밀턴은 고온다습한 공기를 사나운 폭풍으로 바꿔놓았다"며 “멕시코만을 달군 열기는 인류가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온실가스가 수십년간 누적된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North Carolina Flooding Photo Gallery

▲허리케인 헐린의 영향으로 쑥대밭이 된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사진=AP/연합)

고수온 영향을 받는 건 밀턴뿐만이 아니다. 블룸버그는 “전 세계적으로 해수 온도는 1년 넘게 기록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이로 인해 태풍과 허리케인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유럽, 아시아, 북미 지역에 치명적인 홍수와 폭염을 부추겼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바닷물이 뜨거워졌을 가능성이 500배 높아졌다고 분석했고 이로 인해 헐린의 위력이 더 강해졌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인간 활동으로 대기와 바다에 더해지는 열기는 허리케인에게 스테로이드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또 이날 유럽에서는 4등급 허리케인 '커크'의 상륙으로 프앙스 북부 지역에서 최대 90㎜의 비가 내렸다. 통상 대서양에서 형성돼 유럽으로 향하는 허리케인은 대부분 소멸된다는 점에서 커크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와 관련, 미국 로완대학교 안드라 가너 기후과학 부교수는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서유럽과 같은 지역에선 과거보다 열대성 폭풍의 영향을 더 많이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러나 열대성 폭풍을 기후변화의 영향과 연결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NCAR의 로지마 리오스 베리오스 과학자는 “기후변화가 열대성 폭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등의 이동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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