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3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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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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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무색...은행 대출금리 하락 ‘체감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13 10:21

한은, 성장 경로 불확실성 등에 금리 인하 단행
이창용 “은행 대출, 부동산에 과도...바꿔야”

SC제일銀, 14일 주담대 우대금리 축소
“금리 낮으면 쏠림 현상 우려...인상으로 대응”

서울의 한 시중은행.

▲서울의 한 시중은행.

기준금리가 4년 5개월 만에 인하됐으나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금리가 하락하는 것을 당분간 체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에 비해서는 꺾였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은 금리 인상...이창용 “엇박자 아냐"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p) 내렸다.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2020년 5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한 가운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했다. 가계대출 상승세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지만, 긴축 기조를 장기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 하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부연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예상되면서 시장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높이며 가계대출 관리에 나섰고 시장금리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금통위 이후 열린 이창용 총재의 기자간담회에서도 '은행들의 대출 금리 인상이 한은의 금리 인하 행보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 총재는 “은행 대출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쏠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은행 대출의 70~80%가 부동산과 관련한 대출"이라며 “부동산에 대출이 과도하게 쏠려있는 것을 바꿔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낮아졌지만...은행들 “대출 금리 낮추기 쉽지 않아"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실제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 인상을 지속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이달 14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우대 금리를 0.05~0.25%포인트(p) 줄인다. 우대금리를 축소하면 대출 금리는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일상적인 대출 금리 조절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은 지난 7월부터 20여 차례 주담대 금리를 높이면서 가계대출을 관리해 왔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확대를 경계하면서 대출 관리에 나서줄 것을 주문했고,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것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금리 인상을 통한 대출 관리를 문제 삼자 은행들은 대출 한도, 만기 조절 등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했지만, 이달부터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 1일 비대면 상품인 하나원큐전세대출 금리를 0.2%p 인상했다. 오프라인 전세대출 감면 금리는 최대 0.5%p 축소했다. 다음 날인 2일에는 우리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최고 0.2%p 높였다. 전세대출 금리 또한 0.2%p 올렸다.


4일에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가계대출 금리를 높였다. 국민은행은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25%포인트(p) 인상했다. 신한은행 또한 주담대 고정형 상품에 적용되던 우대금리 0.1%p를 삭제하는 등 대출 금리 인상 추가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폭은 전월 대비 축소됐지만 추세적인 변화인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6029억원 늘었다.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8월(9조6259억원)보다 줄었으나 추석 연휴 등을 감안하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은행들이 금리를 낮추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금리가 낮으면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며 금리 인상을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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