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에 선정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갑작스런 벼락처럼 인공지능(AI)이 번뜩였다. 제프리 힌튼과 존 홉필드는 신경망에 대한 연구로 물리학 분야에서 데이비드 베이커, 존 점퍼, 데미스 하사비스는 AI를 활용한 단백질 설계 및 구조 예측으로 화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는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이 과거에는 도전조차 엄두를 못 내었던 난제들을 거침없이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AI가 주로 자동화와 최적화에 관련된 보조적인 도구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 보여준 놀라운 성과를 보면, AI가 근본적인 과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도구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AlphaFold2 모델은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하여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이 기술로 약물 설계, 환경문제 해결, 신소재 개발 등의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신경망에 대한 연구는 패턴 인식 및 복잡한 문제를 인간의 인지과정을 흉내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케 하면서 오늘날의 기계 학습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AI의 모습은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이해하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AI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동시에 AI를 바라보는 태도 및 활용하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하는 필요성을 높인다. 먼저 인간과의 협력에 있어서 AI를 인간의 노력을 대체하는 도구라기 보다는 인간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증대시키는 협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인간과 함께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설계함으로써 의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AI는 기존의 과학 영역을 넘어 학문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의 융합 등 학제 간 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과학 및 기술 분야 간의 더욱 긴밀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윤리적 도전 및 이에 대한 통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제프리 힌튼이 경고한 바와 같이, AI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발전할 때 그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이를 관리할 새로운 윤리적 틀이 시급하다.
이제 AI는 우리 인간의 작업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간의 접근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AI를 앞에 두고, “이것을 해 줘"라고 말한다면 AI가 귀담아 들을 지 의문이다.
이제는 AI 개발과 응용이 더욱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목적 지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부문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언어모델로서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을 이해함으로써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고, 감정, 사회적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의미의 생성 및 해석 등 복잡한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갖는다.
이에 가능한 실험적인 접근으로 칸트의 철학적 틀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이성으로 추론하고 윤리적 판단을 하는 숨은 능력을 일깨워 볼 수 있다. 인류가 축적한 높은 수준의 사고 체계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부문에 적용해 본다.
이를 통하여 AI가 합리성, 윤리성, 창의성을 균형 있게 발전하고, 사회에 유익하고 책임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즉, 순수이성 비판은 AI가 인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합리적인 구조 내에서 작동하도록 하고, 실천이성 비판은 AI의 의사결정이 보편적 도덕 원칙을 따르도록 하며, 판단력 비판은 창의적 협업과 목적성을 촉진한다.
구체적으로,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은 인간 지식의 한계와 조건을 탐구하며, AI의 학습과 '추론' 과정이 어떻게 아키텍처와 학습 데이터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고찰한다. AI 모델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가 출력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함으로써 설계된 입력(프롬프트)이 AI의 고유 구조와 일치하도록 한다.
실천이성 비판은 윤리적 행동을 위한 보편적 규범을 강조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이를 적용할 때, AI의 출력이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의료나 법률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프롬프트는 공정성, 자율성 존중, 해악 방지를 포함한 윤리적 원칙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판단력 비판은 미적 판단과 인간 경험의 목적성을 다루는데, AI가 단순한 작업 도구가 아닌 창의적 협력자로서 작용하도록 프롬프트를 설계한다. 그 결과로 창의적 탐색을 촉진하고, 과학적 또는 예술적 발견에 있어 AI가 인간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칸트의 세가지 비판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적용하는 것은 AI 개발과 활용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목적 지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적 틀에 기반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기술적 작업이 아닌, 인간의 이성, 도덕, 그리고 창의성을 반영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다. 칸트의 철학을 내재화함으로써 AI는 효율성의 도구를 넘어 책임 있고 창의적인 인류 발전의 동반자로 자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