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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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잠식’ 손오공, 주가 하락 장기화에 자금난 심화…상장 지속 의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22 15:09

계속되는 주가 약세에 전환가액 조정 계속

올 6월 말부터 자본잠식…지속 시 상폐 위기

사업개선 노력 안보여…최대주주 재매각하나

손오공 CI

▲손오공 CI

오랜 실적 부진과 자본 잠식으로 위기를 맞으며 손오공의 주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전환사채(CB) 전환가액의 잇따른 하락 조정과 함께 오버행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자금 조달마저 난항을 겪고 있어 재무 건전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전날 손오공은 두 건의 전환가액 조정을 공시했다. 각각 9, 10회차 CB에 관한 내용으로 두 CB 모두 전환가액이 2115원에서 1696원으로 하향됐으며 조정 후 전환 가능 주식 수도 늘었다. 9, 10회차 CB 합쳐 전환 가능한 주식 수는 566만377주로 전체 주식 수의 16.75%에 달하는 물량이다. 이 CB들의 전환 청구 기간은 내년 1월 19일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손오공의 주가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올해 3월 장중 최고가 4060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가 계속됐다. 8월에는 연중 최저가인 1498원을 기록했으며 현재도 1600원대에 머물러 있다. 거래량도 크게 줄어든 상태로 내년 CB 물량이 대규모 출회될 경우 동전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펀더멘털조차 좋지 않아 주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손오공은 2022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과 순이익에서 적자를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 56억원, 순손실 51억원을 기록했다. 해당 기간 지불된 금융비용만 11억원으로 이마저도 부담이 크다.


그 결과 올해 6월 말 손오공은 자본 잠식 상태에 빠졌다. 상반기 말 기준 연결 기준 자본금은 약 169억원, 자본총계는 167억원이다. 자본 잠식은 기업의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된 상태를 말한다. 상장된 기업이 50% 이상 자본잠식이 진행된다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해결되지 못한다면 상장폐지된다.




여기에 1년 이내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도 81억원에 달해 큰 부담이다. 현재 손오공의 단기 차입금 의존도는 46.4%로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


추가적인 자금 조달도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손오공은 티아이파트너를 대상으로 제11회차 100억 원 규모 CB 발행을 추진했으나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진 끝에 지난 6월 철회를 공시했다. 주가 약세가 계속되자 티아이파트너 측에서 사채금 미지급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4월 미국 마텔사와의 완구 유통 관계 종료가 통보됐고 이달 실제로 종료됐으나 그 사이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다. 매출은 연간 200억원 이상 안정적으로 거두고 있으나 매출원가와 판관비가 높아 수익성이 떨어진다.


마텔사와의 거래 종료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 손오공 측은 키덜트 제품으로 방향성을 틀겠다고 선언했으며 7월 MGA의 '미니벌스'를 론칭했다. 그러나 이후 미니벌스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달 21일 리콜 공지를 올렸다. 돈을 벌기는커녕 비용 지출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한때 '히든 카드'로 꺼냈던 이차전지 사업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이차전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올해 반기 1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 7월 나이지리아와 폴란드 업체와의 업무협약 소식이 있었으나 사업 특성상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손오공의 재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에이치투파트너스가 손오공을 인수할 당시 주당 5000원에 매입했기에 손해가 막심하다. 통상 주가와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 최대주주 측에서 경영 개선 계획을 발표하거나 주식 매입과 자금 조달에 힘쓰는 경향을 보이는데, 현 최대주주인 에이치투파트너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손오공은 경영 개선과 재무 안정성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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