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2일(화)



[이슈&인사이트]중국 제조업, 세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22 11:02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구기보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현대 기아차 그룹이 지난해 토요타, 폭스바겐에 이어 자동차 판매량 3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심지어 향후 폭스바겐을 넘어 2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에서 전기차 전환이 늦어지면서 판매량이 급감하였고 심지어 중국 내 일부 생산공장을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차, 기아 그룹은 내연기관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특히 전기차가 선전하면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그러면 현대 기아차 그룹은 장밋빛 전망만 있는가.


사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미국 시장에서의 선전은 자체 경쟁력 외에도 미중 경제패권 전쟁에 따른 어부지리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왔으며, 9월 27일부터는 100%로 관세를 인상하였다. 또한 미국에 투자한 전기차 및 배터리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중국산 부품이나 광물을 사용하는 경우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유럽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였다.


그럼에도 현대 기아차 그룹이 이 시점에서 마냥 기뻐하기에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전기차 신흥강국으로 등장하면서 현대 기아차 그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이미 전기차를 앞세워 자동차 수출 1위 국가로 등극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이 중국을 넘어 유럽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해가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인 BYD는 중국 1위를 넘어 테슬라를 위협할 정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멕시코와 유럽 등 해외 생산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도 중국산 수입차의 점유율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기 버스의 경우 중국산이 이미 50%를 넘어섰으며, 승용차도 중국산 테슬라와 같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외자기업의 전기차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업종)에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이미 추월당했거나 추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의류, 완구 등 경공업이 주력산업이 아니라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중공업은 물론이고 전기차(배터리), ICT, 바이오 등 첨단산업 강국이다. 또한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소재 등 중간재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철강생산의 경우 중국이 글로벌 생산의 50% 이상 생산하고 있으며, 조선산업에도 우리나라가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지 오래되었다. 석유화학의 경우 한 때 중국 기업의 생산이 수요를 못 따라가면서 한 동안 한국의 대중국 수출 효자 역할을 했지만 이제 우리나라 석유화학 기업의 생존을 우려할 상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역시 중국 기업에 밀려 국내 시장마저 잠식당했다. LCD업종은 국내 기업들이 생산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OLED마저 쫓기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은 중국 시장에서 거의 존재감을 잃은 후 인도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에 1위 자리를 내주었다.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은 중국산이 잠식할 정도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도 중국 기업에 비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중국의 인건비가 빠르게 상승하고 중국에 진출한 외자기업이 중국을 벗어나 동남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면서 중국의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하는 듯했다. 그러나 중국은 신속하게 기계화, 자동화, 전자화, 스마트화 등을 통해 인력 부족을 극복하고 제조업 생산성을 끌어올렸으며,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벗어나 첨단 제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우리나라가 향후 육성하려는 첨단산업은 대부분 중국이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산업과 겹친다. 향후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 기업의 기술수준이나 발전 단계에 대한 세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특화 전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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