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시즌 시작과 함께 증권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B증권과 현대차증권이 견조한 실적을 거둔 반면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금융사고 여파에 따라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출범 이후 첫 긍정적인 실적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가장 먼저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는 현대차증권이다. 회사는 전년 대비 13.9% 성장한 107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증가했다.
중소형 증권사 중 한 곳인 현대차증권은 올 상반기에만 164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오며 실적이 부진했다. 그러나 3분기 인천 도화동 데이터센터 개발사업과 관수동 오피스 개발사업 등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KB증권은 3분기 당기순이익이 17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8% 증가하며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KB손해보험(1680억원)을 넘어선 규모로 KB금융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이익 기여도를 기록하게 됐다.
자기자본 6조원대 대형사인 만큼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성과를 거둔 것이 눈에 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고객 자산 규모가 60조원을 돌파하며 관련 수익도 2000억원을 달성했다. 특히 기업공개(IPO)·채권발행시장(DCM) 등 전통 투자금융(IB) 부문서도 성과를 거둬 IB 부문 수익이 직전 분기 대비 13% 증가했다.
호실적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3분기 당기순손실 168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관련 금융사고 여파다. 이 사고로 인해 회사는 지난 2분기 1315억원 순이익에서 한 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문제는 손실 회계반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사고의 피해 규모는 최소 1300억원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그런데 신한투자증권의 3분기 영업외손실로 처리된 비용은 441억원에 불과해 일부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조사 결과 및 회계 처리에 따라 4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출범 이후 처음 실적 발표를 한 우리투자증권은 3분기 당기순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출범 초기지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고객 수(37만7800명)와 예수금(5조270억원) 규모가 증가해 WM 부문에서 성과를 냈다.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올해 12월 1차 오픈이 예정됐다.
곧 다른 증권사들의 잠정 실적도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선방했지만 나머지 중소형사들은 부동산 PF 부실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해 호실적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도 실적 개선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며 “대부분의 중소형사가 내년 재도약을 노리고 올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