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을 계기로 이달 새로 출범한 일본 이시바 시게루 정권의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에 이어 집권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이시바 총리는 취임 8일 만에 하원인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단기간 중의원 해산 및 조기 총선이다.
이번 선거는 출범 한 달가량 된 이시바 내각의 신임을 묻는 성격을 띠고 있으며 자민당의 파벌 '비자금 스캔들'과 고물가 등으로 국민 불만이 커진 상황 속에 치러졌다.
그럼에도 총선을 서두른 이유는 새 내각 출범으로 국민 기대가 큰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지지율이 낮은 여당에 그나마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조기 총선을 통해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쥐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해 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로 일정한 의석 감소를 각오하고 중의원을 해산했지만, 선거전이 중반 이후로 진행될수록 여당 과반 의석이 붕괴할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시바 총리는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의원 12명을 공천에서 배제했지만, 국민 다수는 이런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받아들였다.이에 더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넘는 고물가가 계속되고 실질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이 접전 지역구에서 막판 부동층 지지를 얻어 승리한다면 자민당 내 비주류인 이시바 총리의 정권 기반은 이번 선거로 견고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시바 총리가 이번 선거 승패 기준으로 내세운 여당 과반 의석 달성에 실패하면 자민당 내에서 총리 책임론이 제기되고 주류 세력의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자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 정권을 되찾은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5번째 선거 만에 처음이다.
이시바 총리가 추진해왔던 주요 정책에도 변화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총선에서 부진한 성표를 받을 경우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자금마련, 방위비 지출 확대를 위한 세금 인상 등을 포함한 정책들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세금 인상, 복지 지출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들이 더 나올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시바 총리는 일본 경기부양책이 작년보다 규모가 클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일본은 지난해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채발행을 통해 13조엔의 추가 예산을 조달한 바 있다.
총선 결과에 따라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에도 영향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행 금융정책에 매파적인 이시바 총리가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자민당 내부에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을 견제하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 컨설팅업체 디프매크로의 제프 영 창립자는 “다카이치 사나에 등을 포함해 자민당 내부에서 일본은행 정책에 대해 강한 입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총선 패배는) 큰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는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의 주인을 새로 뽑는다. 지난 15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출마자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해 총 1344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직전 선거보다 후보자가 293명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