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1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정치 베팅 사이트들의 정확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두 후보가 초박빙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베팅 사이트에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큰 우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 선거분석 통계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다양한 베팅 사이트의 후보 당선 확률을 취합한 결과 29일(현지시간) 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63.9%,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이 35.0%로 각각 반영되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를 취합해 분석하는 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8.1%로 트럼프 전 대통령(46.7%)을 소폭 앞서고 있다.
베팅 사이트는 폴리마켓을 비롯해 프리딕트잇, 벳온라인, 칼시 등 많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달초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폴리마켓을 언급하자 주요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밝혔다. 블룸버그는 “이달들어 프리딕트잇보다 폴리마켓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10배 더 커졌다"고 전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6일 “베팅시장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를 3% 차이로 앞서고 있다"며 “실제 돈이 걸린만큼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하다"고 주장했다. 이때 당시 폴리마켓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51%로 반영됐었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익명의 프랑스 국적 투자자가 거액을 들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베팅하자 폴리마켓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급등세를 탔고 프리딕트잇 등은 느린 속도로 이를 뒤따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폴리마켓은 또 글로벌 베팅 사이트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고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전했다.
주목할 점은 베팅 사이트에서 이같은 흐름 변화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전제로 움직이는 금융시장의 '트럼프 트레이드'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다. 블룸버그는 “폴리마켓의 판세가 시장 내러티브를 바꾸는 데 도움을 줬다"며 “트레이더들이 트럼프 당선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국채수익률과 관련주들이 모두 올랐다"고 전했다. 미 경제매체 CNBC도 “폴리마켓과 칼시 같은 베팅 사이트에서 승부가 트럼프 쪽으로 기울어진 점이 트럼프미디어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베팅 사이트가 각종 여론조사보다 판세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폴리마켓은 2020년에 출범했지만 경제학자인 저스틴 울퍼스와 에릭 지체위츠는 과거 논문을 통해 1988년부터 2000년까지 네 차례의 대선 시즌에서 베팅 시장의 평균 절대 오차율이 1.5%로 여론조사기관 갤럽(오차율 2.1%)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베팅 사이트가 성공했던 사례도 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11월 3일 기준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 확률이 63.8%에 달했다.
이와 반대로 각 개인의 정치적 의견과 상관 없이 투자 목적으로 베팅 사이트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이 대다수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블룸버그는 미국 보스턴에 거주하는 바트 핸슨은 각 베팅 사이트에서 배당률이 다른 점을 이용해 두 후보에 모두 걸었다고 소개했다. 핸슨은 벳온라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에 6000달러를 걸었고 칼시에선 해리스 부통령 당선에 4500달러를 걸었다. 베팅이 맞았을 때 지급되는 금액은 두 사이트에서 모두 1만1000달러다. 그는 “총 1만500달러를 들여 1만1000달러를 얻는 셈"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아일러스&크레지크 게이밍의 브래드 알랜 선임 애널리스트는 “베팅 사이트에선 거액의 돈으로 흐름이 움직이는데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보고 베팅되는 금액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베팅 사이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를 보이고 있지만 해리스 부통령이 실제 당선되더라도 시장은 틀린 것이 아니라며 “이길 확률이 10분의 4라는 것은 매우 현실적인 가능성"이라고 짚었다.
이어 “베팅 사이트에서 표시되는 확률은 숫자에 불과하다며 99%의 가능성도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