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시작한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0년대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이에 대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RE100이 처음 주목을 받은 것도 SK그룹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것은 2020년 SK그룹 6개 계열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SK그룹은 국내에서 RE100 이행을 가장 훌륭하게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RE100에 가입한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옛 SK E&S)를 통해 RE100 솔루션 사업을 진행해 국내 다른 기업들도 RE100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RE100을 국내에 화두로 던진 것은 SK그룹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연도를 살펴보면 SK그룹 6개 계열사가 2020년에 가입했다. 국내 기업 중 7번째인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에야 RE100에 가입했음을 감안하면 여타 국내 대기업그룹보다 RE100에 뚜렷하게 먼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에는 SK그룹에 피인수된지 오래 지나지 않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마저 RE100에 가입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36개사인데 그 중 7개사(19.44%)가 SK그룹인 것이다.
계열사 각각의 준비 상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30%, SKIET가 27.4%, SK실트론이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SK머티리얼즈도 18.6%, ㈜SK도 18.1%로 국내 평균치인 1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SK텔레콤과 SKC가 각각 8.6%와 1.65%로 옥의 티로 집계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E&S도 RE100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 E&S는 올해 연말까지 누적 기준 1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할 예정이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 용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PPA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RE100 달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1위 재생에너지 기업인 SK E&S는 지난 2022년 RE100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1GW 공급 달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 2022년 3월 국내 최초로 아모레퍼시픽과 직접 PPA을 체결한 데 이어 SK스페셜티·LG이노텍 등 다양한 기업들과 PPA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계약을 맺었다.
특히 SK스페셜티와 맺은 PPA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이를 통해 20년간 총 60만t(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PPA를 통한 전력 공급 계약 규모는 누적 1TWh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약 40만 가구가 1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SK E&S는 지난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육상풍력을 직접 PPA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RE100 솔루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K E&S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국내 최대 민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앞으로 매년 약 1GW씩 파이프라인을 추가해 2025년에는 7GW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계열사들이 SK그룹의 철학인 '따로 또 같이'에 기반해 RE100을 이행하고 있다"며 “RE100에 가장 먼저 가입하고, 그룹 전체의 PPA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선도적인 위치에서 RE100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