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이슈&인사이트]민주노총의 경쟁 없는 무상교육, 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1.11 11:02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서울 정동에 사는 필자는 늘 광화문이나 시청 앞, 정동길 등 시내를 산책하곤 한다. 토요일의 시내는 항상 시위로 복잡하지만, 정겨운 덕수궁 돌담길은 외국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이고 그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은 적은 적어도 필자가 기억하는 한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날은 웬일인지 덕수궁 돌담길의 앞뒤를 차량으로 막아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플래카드를 보고 구호를 들어보니 시위의 주체는 민주노총이고 주제는 교육이었다. 그들은 대학 교육 무상화와 경쟁 없는 입학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무상화와 입시 없이 모두 입학시키자는 주장을 하며 시위한다는 것에 처음 놀랐고,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엄청난 스피커 볼륨에 두 번 놀랐다. 주말의 덕수궁 돌담길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버스킹을 하는 거리의 악사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고 시민들은 그들의 연주를 즐기는 등 자발적인 문화 활동이 빈번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대규모 시위 집회를 허용한 당국의 무지함에 세 번째 놀랐다.


경쟁 없는 대학 입학과 대학 교육의 무상화는 생각해 볼 만한 정책 이슈다. 특히 저출생으로 국가소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걱정하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과다한 교육비를 없애고 등록금 걱정 없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젊은이가 출생을 고려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무상교육과 무경쟁 입학을 한다고 과외가 없어지고 국민이 만족할까. 누구나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SKY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명문대학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입시를 없애면 '운빨'로 명문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노력과 능력이 아닌 뺑뺑이로 명문대를 갈 수 있다면 그게 공정한 사회인가. 대학들은 어떤 형태로든 우수 학생을 유치할 방법을 강구할 것이고, 입시는 없어질 수 없다.


입학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어진다고 입시가 없어질까.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나도 입시가 없어질 수 없는 이유는 경쟁 없이 대학, 특히 명문대학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보편적 상식과 본능에 반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누구나 더 노력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남보다 더 잘먹고 잘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더 나은 대학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은 그것이 자식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대학에 들어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이 원초적 본능을 무시하자는 것이다.




한때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이미 이를 포기한 지 오래다. 1960년대 유럽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만 나오고 취업했기에 대학 입학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지만, 1970년대 경제난을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우수한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무경쟁 무상교육을 시도한 적도, 얘기해 본 적도 없다. 지금도 명문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97%가 불합격되는 놀라운 경쟁상태에 있고, 그런 경쟁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필고사나 학력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와의 합의로 경쟁 자체를 없애기로 했고, 경쟁을 없애려니 학력평가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평가 없는 교육이 계속되다 보니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적 교육감들의 정책 중에도 좋은 것이 많지만 학생들의 평가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그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나라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학생들의 교육에서 경쟁과 평가를 없앤다면 혹시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면 사회는 경쟁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경쟁 없이 들어가고 평가도 없으면 공부는 왜 하나.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대학의 무경쟁 입학과 무상교육이 왜 현실화될 수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민주노총이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답을 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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