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우주항공 산업 성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국내 우주항공 업종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주항공주의 상승 추세가 지난해 국내 증시를 주도했던 로봇 테마주의 급등세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로봇주가 떠올랐던 것처럼 우주항공주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 이달 16% 급등…부품 납품 업체들도 수혜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우주항공 관련주가 트럼프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이달 들어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도 이날 장중 6만8700원까지 오르면서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국항공우주 주가는 이달 들어 16.2% 상승했다. 5만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 이후 지난 6일 6만원선을 돌파해 6만8000원선까지 치솟았다.
국내 대표 우주·방산 기업인 한화그룹의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장중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한화시스템은 이날 장중 2만6500원까지 오르면서 지난 2019년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이날 장중 41만3000원까지 오르는 등 이달에만 11.4% 상승했다.
우주항공주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만큼 머스크가 투자하고 있는 우주 산업도 정책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실제로 트럼프도 지난 6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연설에서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줄곧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기업은 우주 사업에 부품을 납품한다는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국내 이차전지주가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 5% 넘게 뛰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에 탑재할 전력 공급용 배터리 납품을 의뢰받아 제품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주 사업에 첨단금속을 납품하는 기업인 에이치브이엠도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이달에만 주가가 76.9% 치솟았다. 에이치브이엠은 나로호, 누리호 등 발사체에 첨단금속을 납품한 이력이 있고 지난 2022년부터는 북미 우주기업에도 첨단금속을 납품하고 있다.
증권가 “로봇주 강세 흐름과 배경 유사"
증권가에서는 우주항공 테마주의 급등 현상이 지난해 로봇주가 시장 주도주로 급부상했을 때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공장 내 협동용 로봇 수요가 확대되는 등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시장이 변화했던 것처럼 올해는 기술 패권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우주항공 산업이 기술 투자의 주요 분야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지난해 로봇 테마 강세의 배경과 우주항공 테마 급등의 공통적인 배경으로 △매크로 변화 △기업 투자 △정부 지원 정책 등 세 가지를 꼽았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기업들의 로봇 기업 지분 투자와 인수가 이뤄졌다"며 “우주항공 분야는 올해 미국에서 구글, 버라이즌 등 빅테크 기업들이 우주항공 산업에 투자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정부 정책과 규제 완화가 주가 상승의 핵심 동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11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로봇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추진됐다. 이후 로봇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로봇 테마가 일제히 급등한 바 있다. 일례로 국내 대표 로봇주인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10월 말 3만7250원에서 12월 말에는 11만2300원까지 201.48%가 급등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는 올 초 우주산업 지원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우주개발 예산을 1조5000억원으로 50% 증액시키겠다고 발표했다.
하 연구원은 “우주항공 테마가 지난해 로봇 테마의 강세 배경과 닮아가고 있다"며 “우주항공 테마가 최근 단기 급등하긴 했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