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막한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에서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위한 '국제 탄소시장' 운영 지침이 승인됐다고 AFP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COP29 개막 첫날 바쿠에 모인 200여 개국의 대표들은 탄소배출권 거래의 핵심 규칙에 합의했다. 탄소배출권 제도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나 기업이 산림 보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줄인 온실가스의 양을 거래 가능한 배출권으로 바꿀 수 있게 한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6조에 따라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거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으나, 각국은 구체적인 실행 지침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 회의에서 여러 세부 사항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정체 상태였던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묵타르 바바예프 COP29 의장은 탄소시장 제도 확립을 위해 여전히 추가 작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으나, 이번 합의를 “긍정적인 진전"과 “타협의 산물"로 평가했다.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의 본격적인 세부 사항은 회의 후반에 추가로 논의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에 대해 탄소시장 활성화를 지지하는 측은 기후총회 첫날 빠르게 이뤄진 합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국제환경법센터(CIEL)의 에리카 레넌은 이번 합의가 탄소 시장 활성화로 가는 문을 열었다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탄소시장이 자리잡기 위해 추가 논의가 필요한 핵심 규정이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탄소시장감시'의 이사 머들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의 대응 방안 등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으며 충분한 논의 없이 합의가 성급히 이뤄진 점이 유엔기후총회 신뢰를 저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에 비판적인 측은 일부 탄소배출권 프로젝트가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부족하거나 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는 사례가 있다며 탄소시장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개발도상국에 조성된 산림 사업에서 원주민이 거주지를 잃는 인권 침해 사례도 발생한 바 있어, 탄소배출권 거래가 자칫 인권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유엔기후총회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 파리협약에 미칠 여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 속에서 열리고 있다. 트럼프는 첫 임기 때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이력이 있어, 두 번째 임기에서도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다시 이탈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