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윤수현 기자]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해 법적구속력을 가진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UN 플라스틱 오염 대응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가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진행된다.
협상 첫날 벡스코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세계 170여개 유엔 회원국 정부대표단과 31개 국제기구, 산업계·시민단체·학계에서 약 3800여명이 참석하면서 현장은 그야말로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외국인들로 가득했다.
부산 회의는 마지막 회의로,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이 채택되느냐 마느냐가 최대 쟁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 아프리카, 도서국 등은 생산 감축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중국, 중동, 개발도상국 등은 일회용 중단, 재활용 강화 등 오염 대응책만 마련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 벡스코 앞에는 소비자기후행동, 녹색연합 등 국내 단체를 비롯한 세계 환경단체들이 대거 모여 플라스틱 생산 감축안 관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세계 최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건물 10층 높이인 60m 상공에 '전 세계 시민이 지켜보고 있다'(#WeAreWatching)는 의미를 담은 거대한 눈 형상의 깃발을 게양해 눈길을 끌었다.
반대로 세계 석유화학업계의 로비스트들도 대거 참석해 생산 감축안이 관철되지 못하도록 협상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5 의장은 개막식에서 “각국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며 다자주의의 힘을 통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회의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부산에서의 시간은 한순간도 허투루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개막식 영상 메시지를 통해 “글로벌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 공동의 과제"라며 “우리의 정치적 의지를 결집시켜 협약을 성안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은 자원순환 체계를 구축해 제도적 기반을 한층 강화했다. 우리 정부는 자원 순환 정책을 국제 사회와 공유하고 그린 ODA 확대를 통해 글로벌 녹색 사다리 역할을 더욱 확장할 것"이라며 “이번 회의가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환경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인류의 상징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각국 대표는 공동의 환경을 지키는 수호자로서 플라스틱 오염 종식 노력의 전환점이 될 협약 완성이라는 책임을 갖고 이 자리에 모였다"며 “지구와 미래 세대의 안녕은 우리가 이곳에서 어떤 과업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조티 마셔 필립 UNEP INC 사무총장은 “2022년 유엔환경총회 5.14 결의를 채택한 이후 불과 2년 만에 중차대한 순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며 “회원국들이 야심 찬 일정 준수를 위해 보여준 노력과 협력, 전문성 덕분"이라고 말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플라스틱은 분해되기까지 최대 1000년이 걸리며 이는 생태계와 인간 건강, 기후 변화 적응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협상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모든 참여국이 협력을 통해 미래를 위한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케냐에서 플라스틱 오염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아이들의 편지를 받았다고 언급하며 “이곳 부산에서 우리가 만드는 조약이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