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우리의 일상과 산업 전반을 혁신하며 미래를 재정의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는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오비어스(Obvious)'라는 AI 화가가 그린 초상화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 2,500달러에 낙찰되어 예술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딥마인드의 AI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를 단 몇 시간 만에 예측하여 신약 개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핀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 차량은 도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교통 안전을 향상시킨다. 나아가 스마트 시티에서는 AI가 교통 신호를 최적화하고 에너지 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해 도시 생활의 질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이면에는 윤리적 문제와 법적 과제가 산재하다. 지난해 연말 뉴욕타임스가 Open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최근 캐나다에서도 유력 일간지 두 군데에서 OenAI를 상대로 똑같은 소송이 반복되고 있다. AI 모델이 저작권으로 보호된 기사를 무단으로 학습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AI의 데이터 활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 설정을 요구하며, 지적 재산권 보호와 기술 발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또한 맥킨지는 AI로 인해 2030년까지 전 세계 일자리의 15%에 해당하는 4억명의 근로자가 자동화로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은 2022년 보고서에서 AI와 기술혁신이 2025년까지 9,7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AI가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오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AI가 만들어가는 변화가 단지 긍정적인 미래만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AI 기술은 우리의 미래를 혁신할 거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 잠재력이 긍정적으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정부의 중심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단순히 기술 혁신에 집중하기보다 부정적인 영향에 대비하고,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다른 국가에 앞서서 AI 시스템을 위험 수준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해 엄격한 규제를 도입하며 기술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보장하려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율 규제를 중심으로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AI 기본법을 최근에야 제정하며 윤리적 AI와 안전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규제 체계로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기술의 발전과 윤리적 사용 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중심을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에, 한국의 준비 상태는 여전히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AI가 가져올 기회와 도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성과 평가 체계 마련, 균형 발전 지원, 유연한 규제 도입을 통해 기술 혁신과 윤리적 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책은 '산업 육성', '윤리적 사용 보장', '기술 신뢰성 강화'라는 방향성 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실행과 세부적 실효성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첫째, 윤리적 AI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윤리적 AI 개발은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를 위해 학계, 산업계, 연구기관 간의 협력을 통해 윤리적 AI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카이스트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주요 기관과 기업은 AI 윤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며 각각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을 더욱 확대하고 통합된 접근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 독립적인 'AI 윤리위원회'의 설립이 필요하다.
둘째,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AI 기술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에게도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이 AI 기술을 효과적으로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재정적 지원과 실무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AI 기술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유망 기업과의 파트너십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각국의 요구에 부합하는 현지화 전략수립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국내 AI 기술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국제 전시회와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AI 기술력과 혁신 사례를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AI 표준 설정과 기술 오용 방지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여 국제 사회에서 신뢰받는 AI 기술 리더십을 확립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역할을 통해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이루도록 지원해야 한다
결국, AI 기술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기술 혁신과 윤리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은 정부가 주도해야 할 과제이다. 이제 AI의 가능성을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그 가능성을 사회와 연결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AI와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바로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