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이 오고 있다. 겨울이야 때가 되면 늘 찾아오는 계절이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이번 겨울은 유난히 폭설로 시작한다. 마치 마른하늘에 계엄령이 떨어지고 우리 경제에 예사롭지 않은 겨울이 예고되듯이 말이다. 지난 3일 밤 10시 30분 계엄령이 발동되자마자 원화 NDF 환율은 1,430원대까지 치솟았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으로 잠시 하락하였다가, 1,440원을 넘기기도 하였다. 일반적인 금융환경에서야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외환시장 개입으로 안정될 수 있겠으나, 몇 시간후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환율은 1,420원을 훌쩍 넘은 상태였다. 지난주 탄핵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환율은 1,430~1,440원 사이를 오가고 있었다. 어제 비록 우여곡절 끝에 국회의 탄핵안이 가결되었으나 문제는 정치적 리스크에서 전이된 경제적 리스크이다.
환율상승은 우리 경제의 수출경쟁력과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도 이제 옛말이다. 이미 과잉공급과 저가 밀어내기로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해 나가는 중국에 대해 수출가격 경쟁력을 지니려면 환율이 매우 큰 폭으로 상승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환율상승은 어떤 측면에서도 반갑지만은 않다. 환율 급등은 해외투자자들에게 매우 불리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내 금융시장에서 10% 수익을 낸 해외자본이 달러로 환전하여 자국으로 회수할 때 원화환율이 10% 오른다면 투자수익률이 0%가 된다. 환율이 10% 이상 상승할 경우 투자손실이 발생한다. 따라서 환율의 급격한 상승은 이러한 해외자본의 이탈을 부추긴다. 수출경쟁력은 고사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경색과, 자산가격의 하락은 현재까지 해결하지 못한 TF, 민간부채의 문제를 크게 악화시킨다. 민간부채 문제로 금리인상 시기에 온갖 비명소리가 들리던 우리경제다. 유동성 감소는 금리인상보다 더 고통스러운 순간을 가져다줄 수 있다.
또한 급격한 환율상승을 저지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은 달러 매도와 원화 매입이 이루어지므로 자연히 본원통화를 감소시킨다. 이는 긴축적 통화정책과 같은 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바짝 얼어버린 자금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된다. 계엄 다음날 열린 임시 금통위에서 한은 총재가 약 150조의 유동성 공급을 약속한 이면에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감소할 수 있는 유동성이 최대 150조에 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기도 한다. 한편 한은이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은행의 지준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지는 못한다. 만약 자금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해외자금 이탈 등 대외여건 불안으로 은행이 보수적으로 자금울 공급하고 초과지준만 증가한다면 시중에 자금부족현상은 여전히 지속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계엄의 부작용을 축소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를 동원할 경우 은행은 자본건전성 등 위험관리에 더욱 민감해질 것이며 이는 더욱 심각한 자금경색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자금부족이 지속될 경우, 내수경기 부진으로 업황이 단군이래 가장 어렵다는 자영업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자들의 폐업으로 임대를 구한다는 상가가 늘어가는 마당에 자영업자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폐업은 가속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상가 소유자들은 괜찮을 것인가? 그들도 부채를 통해 상가를 구입하였을 것이고 또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대외여건은 또 어떠한가? 지금 중국은 여러 교역대상국으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으며,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내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중 FTA를 요구하고 알리, 테무가 국내시장을 침투하기 위해 TV 광고까지 동원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부는 이렇다할 정책적 대안도 내놓지 못하였다. 미국은 이제 한 달 뒷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는 마당에 우리의 대통령은 사실상 공석이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가오는 2025년은 국가의 총력을 기울여 내수를 살리고 대외 경쟁력 강화와 불확실성 감소를 위해 노력해야할 시기에, 시대착오적인 계엄에 휘말려 대통령은 대표성을 잃고 정책여력은 계엄의 불을 끄기 위해 모든 자원이 동원하게 되었다.
그렇다 문제는 경제다. 대외의존도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 석연치 않다. 여러분도 계엄령이 발동된 어느 개발도상국에서 사업을 한다던가 행여 해외여행이라도 선뜻 가겠는가? 이제 우리가 그런 나라가 되었다. 97년 외환위기가 왔을 때 우리를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린 나라"라고들 했다. 지금은 “전성기인줄 착각했던 나라"라고들 한다. 이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겨울 한파처럼 우리의 살을 에는 추위와 고통이 될 것이다. 1992년 당시 미대선 후보 빌 클린턴이 우리에게 외치는 듯 하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