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부 주요 정책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국가 기후환경 정책들 역시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주요 과제부터 국제사회와의 약속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기후대응댐 등 전반적인 정책들이 표류하거나 중단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탄핵 정국으로 인해 정부 정책의 방향성이 흔들리면서, 국가 전반의 기후 대응 체계가 약화되고 있다.
윤 정부의 기후환경 정책 중 현재 가장 큰 과제는 내년 2월까지 유엔에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NDC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5년 단위의 국가적 계획으로 이번 목표는 기존보다 더 강화된 내용을 담아야 한다.
결국 행정부 수반의 감축 의지가 중요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이 탄핵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고, 국무위원들도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부처간 논의가 어려워 기한 내 제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환경부가 주도하는 '기후대응댐' 착수 사업도 탄핵 정국 속에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기후대응댐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계된 핵심 인프라 사업으로, 전국 13개 건설을 목표로 이제 막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마친 단계라, 본격적인 예산이 반영되기 전이다.
현재까지 야당이 기후대응댐 자체를 반대하거나 큰 논란을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부 정책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관련 논의와 착수 속도가 지연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회용품 규제 정책 역시 추진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윤 정부는 기존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환경단체의 반발을 샀다. 탄핵 이후 정책 공백이 지속된다면 일회용품 규제 강화와 같은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과제들이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환경부는 정책 연속성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위의 사업들은 현재도 각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충분히 소통 지속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수립된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또한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계획은 산업, 에너지, 교통 등 주요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지만, 부처 간 협력 부족과 리더십 공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탄녹위 관계자는 “현 상황 때문에 위원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 기후정책의 공백이 이어질 경우 국제사회에서의 신뢰 저하뿐 아니라 국내 환경 문제 대응도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이번 탄핵을 계기로 윤 정부의 반기후적 정책들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신규 공항 건설, 일회용품 규제 완화 등을 대표적인 반기후 정책으로 꼽으며 “탄핵과 함께 이러한 정책들도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