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고,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2013년 3분기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였다.
최근 은행권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정부와 금융당국도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곪아가는 자영업자...대출 연체율 9년 만에 최고치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차주 가운데 저소득 자영업자 차주는 올해 3분기 말 49만4000명으로 작년 말(47만9000명) 대비 1만5000명 늘었다. 이 기간 저신용 차주는 작년 말 19만9000명에서 올해 3분기 23만2000명으로 3만2000명 증가했다.
저소득, 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것은 기존 자영업자 차주의 전반적인 소득과 신용도가 저하됐기 때문이다. 실제 기존 저소득, 저신용 가계대출 차주가 사업자대출을 신규 차입하면서 자영업자 차주로 진입한 경우는 감소했다. 저소득 차주는 1만명, 저신용 차주는 2만4000명 줄었다. 반대로 중소득, 중신용 이상 자영업자 차주가 저소득, 저신용으로 하락한 경우는 각각 2만2000명, 5만6000명 늘었다.
3분기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64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어 증가세가 둔화됐다. 그러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9년 만에 최고치였다. 특히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1.55%로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치였다.
“돈 안 쓴다"...소비심리, 팬데믹 시절로 회귀
아울러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팬데믹 시절로 회귀한 점도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인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도시 2500가구(응답 2271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2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 대비 12.3포인트(p)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18.3p) 이후 최대 폭 하락이다.
소비자심리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다.
항목별로 보면 현재경기판단이 11월 70에서 12월 52로 18포인트 떨어졌다. 이 역시 2020년 3월(-28p)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향후경기전망(56) 지수도 한 달 새 18포인트 내려 2022년 7월(-19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해당 지수 역시 2022년 11월(54) 이후 가장 낮다.
이미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했는데, 12월 비상계엄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해당 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얼마나 해소되고, 안정을 찾느냐에 따라 소비심리 회복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경영난이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질지 여부다. 한국은행은 앞선 보고서에서 고소득, 고신용 우량 차주들이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각각 69.2%, 78.8%를 차지하고 있어 자영업자 대출 부실이 금융기관 자산건전성을 크게 저하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저소득, 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한 점에 유의해 자영업자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이에 따라 선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한은은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은 높은 이자부담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자금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며 “회생가능성이 낮은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금융여건 하에서 부채에 의존해 사업을 지속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함께 재취업 교육 등 재기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