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이 가계대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시장 확장에 중점을 두고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지속하는 데다,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 확대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새로운 개인사업자 상품 출시 예고 등을 통해 기업대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사장님 고객들을 위해 전용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주변 사장님을 초대하면 무제한 3000원을 제공하고, 사장님통장을 만든 2025명의 사장님에게는 케이뱅크 달력을 제공한다. 지난 5일부터는 사장님통장에 잔액을 넣어두면, 매주 5명을 뽑아 잔액을 2배(최대 100만원)로 늘려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개인사업자 고객을 끌어들이고 통장 개설까지 이어지게 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된 이벤트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8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를 위한 100% 비대면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하기도 했다. 9월에는 상품 영역 확대를 위해 후순위 대출도 가능하도록 했다. 최대 10억원 한도로, 이날 기준 최저 연 3.41%의 금리를 제공한다. 케이뱅크는 사장님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해 “개인사업자 시장을 확장하는 케이뱅크의 출발점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후 지난달에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사업자를 위한 '사장님 중신용 보증서대출'을 출시하는 등 개인사업자 전용 상품을 내놓으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노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시장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뱅크는 내년에 개인사업자 1억원 초과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개인사업자 통장에 입금이 확인되면 부가세 납입을 위한 입금액 10%를 미리 저금해주는 '부가세박스', 정책자금대출 상품 검색과 알림 기능을 제공하는 '사장님 정책자금대출 찾기 서비스' 등을 내년 1분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지난달까지 공급한 개인사업자 누적 대출액은 2조5000억원을 넘겨 월 평균 1000억원 이상의 대출을 지원했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대출 잔액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8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내년에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는 만큼 개인사업자 대출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뱅킹은 2022년 11월 출시돼 이달 기준 출시 2년여 만에 가입 사업자수가 100만개를 넘어섰다.
토스뱅크는 2022년 2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출시해, 지난 9월 말까지 총 3조1472억원의 자금을 시장에 공급했다. 토스뱅크는 지방자치단체와 신용보증재단과 제휴를 계속 확대하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저금리 대출 공급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부산신용보증재단, 대구신용보증재단 등과 손잡고 보증서 대출 등을 출시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개인사업자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가계대출 확대에 제약이 있어 새로운 시장 진출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은 포용 금융 확대란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기업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 여기고 시장 확대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부터는 개인사업자 신용대출도 인터넷은행의 과제인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 산정에 포함시켜 인터넷은행의 포용 금융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건전성 관리가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인터넷은행은 자체적으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적용하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