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1월 02일(목)
에너지경제 포토

나유라

ys106@ekn.kr

나유라기자 기사모음




여야 기싸움 속...금융지주, ‘현 정권 코드 맞추기’ 계속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29 17:35

내년도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보호 강력 의지

KB금융, 소비자보호조직 확대
우리금융, 내부통제 강화 총력

하나금융, 외부 CEO 후보군에도
‘공정기회’ 부여...별도 간담회 개최

새해 차기 대선 결과 따라
경영전략 미세 조정 가능성

금융당국 수장.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여야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내년에도 현 정권이 주문하는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했다. 특히 상생금융, 소비자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은 정권과 관계없이 금융업의 본질인 고객 신뢰와도 직결된 부분인 만큼 내년에도 해당 사안들을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내년 중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가 결정되고, 차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금융사들의 경영전략은 미세하게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보호 조직 확대...고객 DNA 심는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기존 그룹손님가치부문을 '시너지부문'으로 재편하고, 시너지부문에는 자본시장본부를 신설했다. 자본시장본부는 기존 부채 중심의 금융구조를 '자본 중심'의 금융구조로 전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목표로 내건 '부채 중심에서 자본 중심으로의 금융 구조 전환'과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부채에 의존해 온 경제, 금융구조를 자본 중심으로 재편하는 식으로 금융 혁신을 모색하겠다고 줄곧 공언해왔다.


KB금융지주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준법감시인 산하에 있던 본부급 소비자보호 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소비자보호담당(C-level)으로 확대 재편하고, 지주 및 계열사 내부통제 관련 부서명을 '준법추진부'로 일원화했다. 기존에는 계열사별로 준법지원부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했는데, 이를 '준법추진부'로 통일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환경에서 고객을 보호하는 한편, 보다 체계적으로 내부통제 효율화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신한은행은 고객 관점에서 솔루션 역량을 확대하고자 고객솔루션그룹 안에 개인솔루션부와 기업솔루션부를 통합해 '고객솔루션부'를 신설했다. 여기에 고객 관점의 프로세스, 제도 개선 등 고객 편의성 혁신을 주도하는 '고객편의성Tribe'도 신설했다.




4대 금융지주

▲금융지주사들이 내년에도 현 정권이 주문하는 내부통제 강화, 소비자 보호 등을 이행하기 위해 조직을 재정비했다.


금융감독원장 임기 무관...우리금융, '혁신 그리고 쇄신'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인사, 조직 등 모든 부문에서 쇄신과 혁신을 예고한 회사는 단연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11월 그룹 경영진에 대한 이사회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자 이사회 내 위원회 직속으로 임원 감찰 전담기구인 '윤리경영실'을 신설하고, 실장에 외부 법률전문가인 이동수 변호사를 영입했다. 윤리경영실은 내년 3월 출범하는 '윤리·내부통제위원회' 산하로 편제돼 그룹사 임원 감찰, 윤리정책 수립 및 전파, 내부자신고 제도 정책 수립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나아가 우리금융은 내년 2월까지 'FDS(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을 구축해 금융사고 조기발견 가능을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도 강화하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를 계기로 빈틈없는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하고, 그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에 나선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임기가 내년 6월 만료되지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당국 수장의 거취와 관계없이 임원들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 일탈 행위 등을 원천 봉쇄한다는 방침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금융지주는 금융감독원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맞춰 최고경영자 후보의 면밀한 평가 및 검증, CEO 선임 과정에서의 공정성 확보 등에 주력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외부 후보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만을 위한 간담회를 별도로 개최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그간 금융지주사들이 CEO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하나금융은 다음달 중 차기 하나금융 회장 최종 후보군에 오른 함영주 현 회장, 이승열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은행장,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사장, 외부 후보 2명 등 5인 가운데 최종 후보자 1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최근 정국 불확실성에도 상생, 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강화 등 금융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만큼 항상 긴장감을 갖고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한다는 분위기다. 특히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어 금융사 내부 긴장도는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다만 내년도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 결과나 대선 등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의 경영전략은 미세하게 바뀔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탄핵 이슈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나, 기업의 경영 방침을 바꿀만한 이슈는 아니다"며 “시장,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새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탄핵 이슈에 따른 경제 전반의 영향을 고려해 세밀하게 조정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