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
2024년 기후변화 분야에서 가장 주목할 뉴스는 1.5도 붕괴 가시화와 트럼프의 재당선이다. 지난 11월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올해도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해가 될 것이라는 발표와 더불어 2024년이 1.5℃ 마지노선이 처음으로 붕괴되는 해로 1.55℃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의 1.5℃ 상승이라는 마지노선은, 2015년 파리 협정의 전지구적 장기 목표가 수립되고 잇따라 그 근거에 관한 보고서가 채택되며 널리 알려졌는데, 이는 지구 면역체계에 상당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임계점(tipping point)을 의미한다. 즉, 연쇄적인 기후재앙이나 회복 불가능한 생태계를 직면할 가능성을 강하게 경고하는 것이다. EU 감시기구 발표를 차치하더라도, 난생 처음 경험한 폭염 추석에서 송편이 쉬고 수영장이 북적이는 그 이상한 경고를 우리도 절감했다.
1.5℃ 마지노선이 무너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은 탄소중립 선언이나 목표 수립 단계를 넘어 행동의 가속화를 지속적으로 요구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생각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며 예측이 어려운 내년을 마주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의제를 비난하거나 그린 뉴딜을 사회주의 정책으로 폄훼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향후 기후변화 정책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반된 두 소식에 2025년 기후변화 대응 관련 이행의 구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기업들은 고민이 보다 짙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기후정의나 환경에 국한된 의제가 아니라 산업∙통상과 연계된 경제 현안이 되어 기업의 중요 의사결정 사항인 바, 기후위기 심화와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딜레마를 안고 시작하는 2025년에 기업이 고려할 사항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앞으로의 상황을 냉정하게 조망해 보면,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로 인해 기후국제협력은 약화되고 미국내 에너지는 기술별 차등화가 심화될 것이며 환경 규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로 인한 국제사회에의 영향이 중장기적으로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국제사회는 1.5℃ 저지선의 붕괴로 인해 트럼프의 영향보다 거대한 기후위기에 노출되고 있어, 기후변화 대응은 더 부담스러운 숙제로 다가올 것이고, 사회내 이해관계자들의 기후변화 대응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트럼프 1기 시절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천연자원보호위원회(Natural Resources Defense Council, NRDC)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거의 매주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기후위기가 심화된 지금은 더 넓은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 확산, 탄소국경세를 포함한 탄소배출정보 요구 등의 국제사회 흐름은 미국 대통령이 이를 홀로 지연하거나 철회하기에는 이미 거대한 추세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작년 기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설치 용량이 473GW인 반면 미국은 31GW로 집계되어, 미국의 재생에너지 감소가 글로벌 추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의 前 USTR 대표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긍정적이고 반스 부통령도 미국내 제품이 타국 대비 탄소배출량이 낮다고 발언해 미국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기업들은 관련 기술의 선제적 확보와 탄소배출 정보관리에 있어 위험을 줄이면서도 기회로 활용할 방안을 마련할 시점이다.
GDP대비 수출입비율이 90%에 육박하는 한국인 만큼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2035년 NDC설정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ETS) 할당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를 통해 기업이 탄소배출 관련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격 시그널을 주어야 하고, 한국판 IRA같은 종합지원책을 마련해 글로벌 경쟁사 대비 공평한 기술 수요 및 시장을 형성해 줌으로써 기업의 의사결정을 도와야 한다. 트럼프는 임기가 있지만, 기후변화는 임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