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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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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 확대 판결, AI 도입 가속화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30 15:14

대법 판결로 연간 6.8조원 추가비용 발생

AI로 인건비 절감 부채질…기업들 속도전

단순직 AI 대체율 80%…“양극화 우려”

IT기업들 신입 채용 대폭 축소도 현실화

통상임금 AI

▲기업의 통상임금 부담이 높아지면 AI도입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림=ChatGPT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기업들의 AI(인공지능) 도입이 가속화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임금 확대로 늘어날 인건비 부담을 AI 도입을 통해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단기적으로는 근로자에게 호재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AI의 도입을 앞당겨 현재 근로자들의 근로 기회를 크게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기업들 연간 6.8조 인건비 부담

31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요건으로 볼 아무런 근거가 없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는 것으로 판례를 변경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 경영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조건과 관계없이 모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통상임금 판결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를 부담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이 주목하는 것이 AI다. AI를 도입하면 인력 감원이 가능하거나 감원이 없이도 상당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AI를 도입한 기업의 85.7%가 업무시간 감소를 경험했다. 직원들의 39%는 주당 10시간 이상 업무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특히 생성형 AI와 업무 자동화를 함께 활용한 기업들은 44%의 생산성 향상을 달성했다.


그러다보니 AI를 도입해 업무 자동화를 이루는 분야의 야간근무와 휴일근무 등 초과근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초과근무가 감소할 경우 통상임금 인상으로 인한 수당 증가를 상쇄할 수 있다.


아예 해당 인력이 담당하는 분야 전체를 AI가 담당하게 될 수도 있다.


AI 도입 가속화로 근로자 일자리 위협

결과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에게 반가울 소식은 아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디지털 기반 기술혁신과 인력수요 구조 변화'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I의 도입 등으로 향후 5년 내 8.5%, 10년 내 13.9%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14.7%, 운수·물류업은 21.9% 감소가 예상된다. 이미 전체 근로자의 19.1%가 AI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더 큰 문제는 노동시장 양극화다.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에 다른 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직과 대면 서비스직은 AI 대체 가능성이 21~40%로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은 일자리 상실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반복 직무, 사무직, 판매직 등은 AI 대체 가능성이 61~80%에 달한다. 디자인과 코딩, 정보 처리 등 AI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대체 가능성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례도 많다.


주요 IT기업은 신입 채용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그 배경에는 AI의 도입이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838명을 뽑았지만 올해는 신입 공채 규모가 100명 미만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신입 공채로 994명을 뽑았던 카카오는 올해 아예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AI 기반 챗봇과 상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콜센터 인력을 200명 이상 대폭 축소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AI를 통한 데이터 수집과 노동 통제도 문제다. 실시간으로 노동자의 움직임이 데이터화되면서 노동 감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의 도입 자체는 대세인 상황에서 이번 통상임금 판결은 기업의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어 이런 부분에서의 논의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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