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실적 성장을 위한 증권사들의 '각자도생'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는 급격한 성장세가 예상되는 신흥국인 인도·인도네시아 등지로 발판을 넓히고 있다. 대신증권 등은 자기자본 확대를 시도해 투자금융(IB) 영업에서 이점을 얻으려 한다. 대표이사 교체와 회사 매각 등으로 새 국면을 맞는 곳도 있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국내 증권업계는 자기자본 상위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대체로 증가했다. 상반기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늘었고, 하반기에는 해외 주식 매매 수요가 증가하며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확대됐다. 더불어 시장금리 하락으로 채권 운용 수익도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 증권업황은 여전히 불안하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경기둔화 우려 등 악재로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고, 중소형사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 리스크에 여전히 발목이 잡혔다. 이에 새로운 성장을 위해 작년에 진행한 각 증권사의 노력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첫손에 꼽히는 것은 업계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의 움직임이다. 작년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기준 연결 누적 순이익 6618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늘었다. 그러나 한국금융지주(9385억원), 삼성증권(7513억원)에 밀리며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여전히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으며 해외 상업용 부동산 관련 손실 850억원 등 투자자산 평가손실이 일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이 선택한 전략은 해외법인 확장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외법인 영업망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며, 3분기 기준 해외법인 발 세전이익만 1108억원에 달한다.
작년 미래에셋증권이 선택한 새로운 시장은 인도였다. 중국을 제치고 인구 1위, 제조업 신흥 강국으로 평가받는 인도에 조기 진입해 선점 효과를 누리겠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11월 28일 인도 현지 증권사 쉐어칸 인수를 완료하며 '미래에셋쉐어칸'으로 새롭게 출범할 예정이다. 쉐어칸은 고객 310만명과 지점 120여개를 보유해 현지 10위권 상위 증권사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증권뿐만 아니라 한화투자증권도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칩타다나증권 인수를 완료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인구 4위 국가로, 젊은 연령층이 많아 신흥 금융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토스증권은 미국 뉴욕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신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자기자본 확대 움직임도 주목받는다. 대신증권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과 자회사 배당으로 자기자본을 3조원대로 확대하며 작년 11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신청을 냈다.
종투사로 지정되면 대신증권은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늘어나고, 헤지펀드에 자금을 대출하는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도 가능해지는 등 영업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IB 부문 영업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얻게 된다. 이에 수년 전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위축됐던 대신증권의 위상이 회복될지 주목된다.
현대차증권도 비슷한 목적으로 작년 11월 20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시도했다. RCPS 조기 상환 등을 통해 재무를 개선하고 자기자본을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유증은 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렸지만, 회사는 여전히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는 곳도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기존 김상태 대표가 1300억원대 유동성공급자(LP) 손실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이선훈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에 김 대표가 추진해 온 IB 강화 등 사업 방향성에도 일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한양증권은 연내 어느 시점에 매각이 완료될지 관심사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 KCGI가 OK금융그룹, 메리츠금융그룹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신청을 준비 중이다. 매각이 완수되면 새 대주주에 의해 기존 한양학원보다 더 나은 자본 확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