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력수급, 지역수요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06 10:59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이창호 교수

▲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

정치적 혼란에도 에너지산업과 전력시스템은 아직 잘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미 한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큰 한파가 없어 아직까지 예년과 같은 동계피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공급예비력에 여유가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력수급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전력수요가 얼마나 늘어날지, 지역별로는 어떻게 달라질지, 또한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전력망 확충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도 오리무중이다.


전력산업은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바퀴의 축이 맞아야 제대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우리 전력산업 정책은 대부분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전력수급만 보더라도 여지껏 발전소나 송전망 건설과 같은 전원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외형만 보면 전원개발의 산업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근래 들어서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매년 적지 않은 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십년 넘게 지원했지만 아직도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전원개발 투자의 효율성도 주기적으로 집어보아야 한다. 우리 전력산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아직도 여기저기서 보조금에 의존하는 개발러시는 여전하다. 공급주도 정책이 전원의 지역적 편중, 공급신뢰도 문제, 송배전망 부족, 보조금 확대와 같은 결과를 야기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을 통해 신규 전원과 송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주도의 개발계획은 수십년 넘게 되풀이되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가 계획 무용론, 아웃룩(outlook)으로의 전환, 시장기능의 확대를 주장해왔지만 요지부동이다. 전기사업법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되풀이될 것이다. 기왕에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면 이제라도 계획의 내용이나 방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수급계획의 초점을 공급보다는 수요에 맞추는 접근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수요예측도 거시지표에 의한 방법이나, 여러 국가의 수요패턴을 활용하는 방식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수요예측 니즈에 대응하기 어렵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 획득은 물론 실시간 접근도 가능하다. 빅데이터가 순식간에 취합되고 분석이 가능한 시대다. 누가,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의 부하나 수요를 유발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예측도 물론 가능하다. 만약 전력수요를 유발하는 계획이 취소 또는 변경되더라도 주기적인 업데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


앞으로 수요예측의 핵심은 일정 규모 이상의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종수요의 위치, 시기, 용량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를 수시로 취득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전력수요는 대부분 주택단지, 빌딩, 공장, 데이터센터, 공항이나 항만, 지하철과 같은 SOC에서 발생한다. 이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시적 접근과 공학적 방식이 활용되어야 한다. 이와 아울러 최소한 행정구역에 상응하는 지역별 수요예측이 필수적이다.


지역별 수요예측이 주어지면 이어서 어떤 공급방안이 가능할 것인지를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계통계획을 의한 공급 가능성도 살펴보아야할 것이다. 만약 송전용량 제약으로 계통연계가 불확실하다면 지역 내에서 해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수급불균형이 큰 지역에서는 분산전원을 설치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러한 수급 정보가 사전에 주어진다면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는 공급 가능성과 조달방식을 검토하게 될 것이다. 자체 조달하거나 판매사업자나 발전사업자로부터 직접으로 구매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사항이다. 대규모 전기소비자는 이를 참조하여 스스로 입지, 규모, 공급방식을 정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신도시에는 열병합발전이 들어서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산업체나 대규모 복합시설, 캠퍼스 등에도 앞으로 유사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이나 RE-100과 같은 국제적 규제체제 속에서 기업의 의사결정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기업은 단순히 에너지 공급비용만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은 물론 다양한 외부비용과 기업이미지도 고려하여야 한다.




앞으로의 수급계획은 특정전원 중심의 전원개발계획에서 탈피하여 상세한 지역별 전력수요 전망과 다양한 시나리오분석을 포함하는 수요전망리포트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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