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사에 기대감이 실렸던 각종 보험사 인수합병(M&A) 딜이 올 들어선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5수 끝에 매각이 가까워진 MG손해보험은 청산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우리금융지주가 받게 될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어 인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사 한달 째 지연…MG손보에 실리는 '매각 불발' 우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M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가 선정 후 한 달여 시일이 지나는 동안 실사를 시작하지 못했다.
MG손보 노조는 우협대상자 지정 후 예금보험공사와 메리츠화재 사옥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실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자료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인수 후 고용승계를 우려해 메리츠화재의 우협대상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를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인수하기에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없다. 이에 노조는 인수 후 650여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단 우려다.
메리츠화재가 한달 째 실사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최종 인수 불발에 대한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메리츠화재가 인수에 실패할 경우 MG손보가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은 사실상 청산밖에 남지 않는다는 시각도 나온다. MG손보는 앞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 결정 후 2023년부터 네 번의 유찰을 겪었다. 협상 결렬 시 새로운 인수후보자가 나타나더라도 자금지원이나 계약이행능력이 있는 매수자를 또 다시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MG손보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9월 경과조치 후 기준 43.37%로 법적 기준(100%)과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한참 밑돈다.
예금보험공사는 우선 지켜보며 노조를 최대한 설득하고 있는 단계로, 청산에 관한 예측엔 선을 그었다. 예보 관계자는 “원칙대로 인수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조를 설득 중"이라며 “청산은 거론할 단계도 아닐 뿐더러 계약자가 100만명이 넘기에 피해자를 키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ABL생명 인수 불발되나…KDB생명은 산은 자회사 편입 관측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경우 지난해 8월 두 회사의 동시 인수에 나섰던 우리금융지주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불법 대출 문제가 터지면서 금융감독원의 검사가 진행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 현 경영진까지 연루되며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당국은 손 전 회장의 수백억원 대 부당대출을 우리금융·은행 전·현직 경영진이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금감원이 발표하는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기다리는 중으로, 3등급 이하로 나올 경우 동양·ABL생명 인수가 어려울 수 있다. 경영실태평가는 2~3년마다 금융기관의 경영부실위험을 파악하는 평가로, 금융지주사가 금융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인수가가 1조5000억원을 넘으면서 보통주자본비율(CET1) 변동이 예상된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금융 CET1 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국 권고치인 12% 아래로 떨어진데다, 최근 고환율 대응과 인수가 지급으로 인한 CET1 비율의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가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보험사 편입 후 당기순이익 발생 시 중장기적으로는 자본비율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으며 인수 자체도 염가매수차익 발생 등 수치에 매우 미미한 영향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KDB생명 매각은 해를 넘기며 산업은행의 자회사 편입이 유력해진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KDB생명 인수에 관심을 보인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KDB생명은 지난 10여년 동안 여섯 차례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인수를 위해 조성했던 사모펀드(PEF)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도 존속기간 15년을 채워 청산을 앞두고 있다. 해당 사모펀드는 지난 2010년 산은이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KDB생명 전신인 금호생명 인수 당시 조성됐다.
이에 업계에선 산은이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했다가 자본확충과 재무구조 개선 후 재매각에 나서는 방안을 택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KDB생명을 다시 자회사로 품을 경우 1조원 안팎의 추가 자본확충이 필수적이기에 산은 입장에서도 쉽지만은 않은 선택지다. 현재까지 산업은행은 1조5000억원을 투입했으나 여전히 재무건전성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KDB생명의 킥스비율은 155.4%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겨우 넘긴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