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설정했지만, 이행 전략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고 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28호 간행물 2035 NDC 수립 위한 국제 동향 및 과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법제화, 일본의 기술 중심 접근, 독일의 통합적 정책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 올해까지 더욱 강화된 2035 NDC를 수립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 간 협력과 기술 개발, 법적 구속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의 과제를 살펴본다.
◇유럽, '유럽그린딜'과 법제화를 통한 선제적 감축
9일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에 따르면 EU는 2019년 '유럽 그린딜'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5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법적으로 명문화했다. EU는 '유럽 기후법'을 통해 이러한 목표를 강제적으로 이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각 회원국의 공동 목표로 설정된 NDC 이행의 기반이 되고 있다.
EU는 2030년 목표 달성을 기반으로 2035년까지 더 높은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설정할 전망이다. 현재 논의 중인 내용에 따르면 EU는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62% 감축하는 목표를 설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ETS)의 적용 범위를 기존 전력과 산업 부문에서 건물 난방과 운송 부문으로 확대하고, 비ETS 부문에서도 감축 목표를 강화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EU의 기후정책은 '핏 포 55(Fit for 55)' 패키지를 중심으로 구체화됐으며, ETS는 이 패키지의 핵심으로 평가받고 있다. ETS는 2023년 기준 전력과 산업 부문에서 15.5%의 추가 감축을 기록했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화석연료 감축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EU 전체 전력 공급의 44.7%를 차지하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과 건물 난방 부문에서 감축 목표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연철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사무총장은 “EU는 ETS 이외의 부문, 즉 비ETS 부문에서 2030년까지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EU는 각국에 새로운 자금 지원과 정책적 유인을 제공하며, 회원국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EU처럼 감축 목표를 법제화하고, 각 부문별 감축 전략을 명확히 하며 국제적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기술 혁신과 산업 중심의 현실적 접근
일본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6%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어 2035년 NDC 목표로 2013년 대비 50%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는 기존 2030년 목표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감축을 목표로 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마련되고 있다.
일본의 접근 방식은 기술 혁신과 산업 전환을 중심으로 한 현실적인 접근이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국가 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고 있지만,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고려한 균형 잡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수소경제와 탄소 포집 및 저장(CCUS) 기술 개발을 강화해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수소는 일본의 탈탄소 에너지 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2050년까지 수소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CCUS 기술은 대규모 산업 배출에서 배출량을 줄이는 데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일본은 스마트 그리드 구축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보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동시에 메탄 저감 기술과 저탄소 산업 프로세스 혁신에도 집중해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는 원자력 확대에 따른 안전성 문제와 지역사회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어 정책 이행의 중요한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박찬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본은 2035년 NDC 달성을 위해 기술 개발과 산업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며, 지역 사회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한국도 일본처럼 기술 기반의 접근 방식을 통해 산업 전환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탄소중립 선도국의 강력한 목표와 통합적 정책
독일은 2035 NDC 목표로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77%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확대하고, 특히 토지 이용 및 산림 부문의 기여도를 늘리며, 지역 사회와 공정한 전환 지원을 중심으로 한 포괄적 감축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연방기후보호법 개정을 통해 각 부문별 책임을 명확히 하고, 세부적인 연간 감축 계획을 마련했다.
독일은 연방기후보호법을 통해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최소 6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독일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가속화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히 독일은 2021년 연방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계기로 기후 정책의 법적 기반을 강화했다. 이 판결은 미래 세대의 자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탄소중립 목표를 보다 세부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이를 계기로 독일 사회에서 “기후보호는 인권"이라는 철학이 확립됐다.
이에 따라 독일은 기존 2030년 목표를 강화하고, 2045년까지의 세부적인 연간 감축 계획을 마련했다.
또한 독일은 에너지와 경제를 통합한 '경제기후보호부'를 신설해 기후 목표 달성과 경제 발전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 부처는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전환, 그리고 국가 전력망의 현대화를 중심으로 한 정책을 추진하며,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상민 한림대 객원교수는 “한국도 독일처럼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후 목표와 세부적인 이행 계획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얻고, 지속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2월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국에 2035년 NDC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혼란스런 정국 상태로 인해 목표치 설정이 늦어지면서 제출 기간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35 NDC는 2030 NDC의 40% 목표치보다 더 상향돼야 하는 기본원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