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가 조정 위험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으로 꼽히는 5%를 넘어설 경우 주식 시장에서 매도세가 대거 출현될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된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 10일 장중 4.786%까지 오르면서 2023년 10월 19일(4.987%)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가고 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5%선을 넘어선 적은 2007년 7월이 마지막이었다.
만기일이 더 긴 20년물, 30년물 국채금리는 이미 5%선을 넘어서면서 각각 2023년 11월 2일, 2023년 10월 31일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장기채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부분이다. 연준은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인하했지만 이 기간 국채금리는 100bp 가량 상승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상 금리 인하 전망은 국채 매수로 이어지는 만큼 국채 금리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채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 자산운용사 누버거 버먼의 제프 블라젝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하기에 국채금리가 급등하는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지난 30년 동안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중장기채 금리는 몇 달 동안 움직이지 않거나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고 짚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우려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국채 금리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강하게 나오자 국채 금리 5% 전망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감세 공약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졌고,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 우려 속에 향후 장기물 국채 발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와중에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증시에 매도세가 출현될지 관심이 쏠린다. S&P500 지수는 2023년 초부터 작년 말까지 50% 이상 상승하며 이 과정에서 주식의 가치는 18조달러 불어났다.
자산운용사 야누스헨더슨의 맷 페론은 “10년물 금리가 5%를 찍으면 반사적으로 주식 매도세가 있을 것"이라면서 S&P 500이 10%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시에버트의 마크 말렉 CIO는 “국채 수익률이 연 5%를 넘으면 모든 베팅은 철회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향후 6개월간 증시가 어려울 것으로 봤고, 씨티그룹은 고객들에게 채권 매수 기회라고 권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10년물 국채 금리 5%의 돌파 여부보단 그 이후의 움직임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티 로우 프라이스의 릭 데 로스 레이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5%를 넘어서 6%를 향하고 있다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면서도 “돌파하더라도 다시 내려간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또 미국 증시 상승을 이끈 매그니피센트7(애플·테슬라·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구글)·엔비디아) 종목들이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기업은 여전히 막대한 현금 흐름과 함께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붐의 수혜를 앞으로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아폴론 웰스의 에릭 스터너 CIO는 “시장에 혼란이 오면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강력한 대차대조표와 현금 흐름을 갖춘 우량주를 찾는다"며 “이들 테크 기업들은 최근 들어 방어 전략의 일부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