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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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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문타파-전력망] 반도체·재생에너지 무용지물 될라…전기 실어나를 전력망 태부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4 11:26

11차 전기본, 2038년까지 발전설비 용량 121.6GW 증설 전망

재생에너지·원전 101GW…주로 해안가·남쪽 구축돼 전력망 필요

전력망사업자 한전, 재무 위기로 적기 건설 늦어져 전력수급 위기

반도체 공장 및 재생에너지 가동 중단될 수도…특별법 11개 발의

에너지 분야는 우리나라 경제, 사회의 근간이자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분야는 공기업 재무 위기, 전력망 태부족, 너무 낮은 요금, 친환경 에너지 보급 저조, 정치권의 잦은 개입 등 심각한 문제에 휩싸여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타파하자는 의미에서 [에문타파]를 기획해 순차적으로 문제들을 짚어 나갈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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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초안에 따르면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은 2023년 144.4GW에서 2038년까지 266GW로 1.8배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전환부문의 탄소 감축을 위한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용량은 같은 기간 30GW에서 119.5GW로 4배 가까이 증가하고, 원전도 24.7GW에서 36.6GW로 늘어난다.


그러나 자칫하면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증설분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특성상 주로 해안가나 남쪽지방에 지어지는데 여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도심으로 실어나를 전력망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에서 발의된 11개의 전력망 특별법이 계류 중이다. 그만큼 전력망 건설이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정치권도 알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가 경제를 위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력망 건설은 매우 시급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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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전 사장. 한전 제공

14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2023년 9월 취임 이후 기회가 될때마다 공개석상에서 전력망 확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전은 국내 유일한 전력망 사업자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말 나주 한전 본사에서 전력망 확충 역량결집 전사 다짐대회를 개최하고 “회사의 모든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소중립 실천, 안정적 전력공급, 국가 미래 성장 기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국가기간망을 신속히 확충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며 “미래 먹거리가 될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모두 전력산업의 기반 위에 존재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AI 산업의 확대와 급속한 전기화로 인해 전력망 투자 비용은 기존 10차 설비계획에서 산출했던 56조50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하는데,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본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편익을 확대를 위해 전력망 건설의 핵심인 '국가기간전력망확충 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전력망 확충이 국내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안이라는 것이다.


한전은 반도체클러스터 등 첨단 산단 입주와 원자력발전,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발맞춰 2036년까지 56조5000억원 규모 송전선로와 변전소를 지을 계획이다.


또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원전 등 무탄소전원 확대를 위해서도 전력망 추가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송전망 부족 문제는 원자력,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을 막론한 전력시장의 최대 난제로 꼽힌다. 늘어나는 발전설비를 감당하지 못해 발전소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2012~2022년 우리나라 발전설비는 8만1806MW에서 13만8018MW로 69%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송전선로는 3만676km에서 3만4944km로 14% 확충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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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북, 전남 등 특정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태생적으로 간헐성과 불확실성이 커 충분한 용량과 유연성을 확보한 송전망 확충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수년째 지역주민의 반대 민원과 한전의 적자 문제 등으로 적기 보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전력망 안정성을 이유로 빈번하게 발전소 가동을 강제로 차단하는 '출력 제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준공된 동해안의 석탄화력발전소도 기존 원자력발전소가 많은 상황에서 계획대로 송전망이 확충되지 않아 절반 정도만 가동되고 있다. 송전망 부족과 이로 인한 출력 제어 사태는 에너지원을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물론 누구든지 재산권과 자연경관을 해치는 전력망 확충을 좋아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지중화와 충분한 보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지만, 이를 담당하는 한전은 대규모 적자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정부와 한전이 수행하지 못할 경우 민간에라도 맡기는 등 정치권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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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문제가 갈수록 심화하자 김 사장은 취임 후 두차례의 국정감사를 비롯해 기회가 될 때마다 공개석상에서 반도체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한 전력 수급 문제와 관련해서도 전력망 확충이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발전원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생산한 전력을 실어 나를 전력망"이라면서 “전력망 건설에서 주민수용성이 가장 큰 관건인데 주민 재산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은 송전망 증설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전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전 전력계통본부 관계자는 “서해안에서 오는 재생에너지 등을 수도권, 용인 반도체 산단에 공급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망 증설을 계획 중"이라며 “총 14개 송전선로, 1153km에 달하는데 주민과 지자체가 참여하는 입지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또 “조기에 협상해주는 토지 소유주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지역 지원 비용을 상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국가 주도로 전력망을 건설하는 전력망확충특별법의 처리까지 이뤄지면 최소 3년 정도 공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전력망특별법도 중요하지만 한전도 전력망 건설 기간을 어떻게 줄일지, 발전제약을 완화할지 등 송전 역량 증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이런 방향성을 국민들에게 소개할 기회를 가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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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울 변전소 전경. 옥내화하며 좌우 철탑은 철거될 예정이다. 한전 제공

한전은 전력망 확충은 물론 지난해 동서울변전소 옥내화와 증설을 반대하던 하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한 끝에 이를 관철시키는 등 전력시설 인프라 확충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동철 사장은 지난해 말 “변전소는 파출소 등과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인식해야 한다. 한전도 소통을 제대로 못한 측면이 있지만 국민 협조와 이해도 필요하다"며 한전이 추진중인 송배전망·변전소 증설이 난항을 겪는 상황을 이제는 멈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서울 서초구 소재)한전아트센터는 지하에 변전소가 2개나 있지만 한전 직원이 근무하고 있고 수영장, 공연장 등 문화시설이 있다"면서 “사실상 모든 건물에 변전소가 있고 아파트 단지에도 관련 시설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변전소는)생활의 일부"라면서 “전자파 또한 바로 옆에서 1.53 마이크로 테슬라밖에 배출되지 않는데 이는 보수적인 한국 기준치인 80 마이크로 테슬라를 크게 밑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정국 혼란과 무관하게 여야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력망특별법을 최대한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11차 전기본이 통과돼야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착수할 수 있다. 전력망 특별법도 마찬가지다. 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 송전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여야가 정쟁화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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