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도로 살얼음(블랙아이스)이 대형 사고를 유발하며 운전자들에게 큰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눈이나 비가 내린 뒤 기온이 0도(℃) 전후로 변동할 때 발생하는 살얼음은 운전자가 식별하기 어려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의 방어 운전과 함께 경고 표지판 설치, 열선 도로 도입 등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따르면 전날 새벽 경기 고양시 자유로에서 44중 추돌사고, 서울문산고속도로에서는 43중 추돌사고, 서월 노원구 월계2지하차도에서는 18중 추돌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도로 표면에 형성된 블랙아이스로 파악됐다. 당시 기온은 -2도에서 0도 사이로, 도로 표면이 결빙되기 쉬운 조건이었다.
블랙아이스는 겨울철 눈이 녹거나 비가 내린 뒤 아스팔트 틈에 스며든 물이 밤사이 얼어붙으며 발생한다. 도로 표면에 고여 있던 물이 얼면서 먼지, 브레이크 패드 분진, 기름 등과 섞여 까맣게 변하는데, 운전자가 이를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블랙아이스는 특히 터널과 교량처럼 지열 전달이 부족한 구간에서 더 쉽게 발생하며, 0도 이하의 기온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영상 3도 내외에서도 충분히 형성될 수 있다. 특히 터널과 교량은 대기 온도가 영상이어도 노면 온도는 더 낮아 결빙 가능성이 크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로 표면에 고여 있던 물이 얼어 먼지와 기름 성분이 섞이며 블랙아이스가 형성된다"며 “아침에 운전자들이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갔다고 안심하는 경우가 많지만, 밤사이 얼어붙은 블랙아이스가 녹지 않고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아이스는 0도 이하의 기온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영상 3도 내외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터널과 교량 구간에서는 결빙 가능성이 커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눈뿐만 아니라 비도 블랙아이스를 유발할 수 있다. 비교적 따뜻한 기온에서 내린 비가 차가운 지표면이나 주변 찬 공기에 닿으면 바로 얼어붙어 도로 위에 얇은 얼음층을 만들어낸다. 이른바 '어는 비'는 기온이 0도 부근에서 오르내릴 때 자주 발생하며, 한국환경과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주로 오전 6~8시 사이에 살얼음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아이스 사고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의 서행과 충분한 차간 거리 확보가 필요하며, 장기적인 대책도 요구된다.
이 교수는 “블랙아이스 사고 다발 구간에는 경고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열선을 깔아 노면 온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출근길에는 스프레이 체인을 활용해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이고, 방어 운전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이 흐리고 일부 지역에는 눈이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아침 최저 기온은 영하 12도에서 영하 1도, 낮 최고 기온은 영상 3도에서 8도 사이로 예보돼 빙판길과 도로 위 블랙아이스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눈이 내린 지역에서는 도로에 살얼음이 나타날 수 있다"며 “차량 운행 시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