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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문타파-고준위] 정치 문제 아닌 고준위특별법…올해는 반드시 국회 통과돼야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16 15:24

원전 가동 50년에 고준위방폐장 없어, 임시시설 2030년경 포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20·21대 이어 22대 국회도 문턱 못 넘어

윤 정부 ‘원전 생태계 복원’ 의지로 강하게 추진, 야당에 막혀

원전 강국 지위 확고히 하기 위해선 방폐물 방안 조속 확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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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장

윤석열 대통령의 '원전 최강국' 선언으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한 듯 보이던 국내 원전 산업의 미래가 불확실성에 휘말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신규 원전 확대와 가동원전 수명연장, 크고 작은 해외 원전 수주로 고사위기를 맞았던 국내 원전 산업에 다시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이었으나, 탄핵정국과 거대 야당의 원전 비중 축소 시도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국내 핵폐기물 처리 시설 마련이 여전히 요원한 점이다. 고준위 방폐장을 설립할 법적 근거가 될 고준위 특별법은 지난 20대와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중이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련 법안

고준위방사성폐기물관련 법안

▲자료=의안정보시스템

16일 정계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김석기, 이인선, 김성원, 정동만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은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중간저장시설은 2050년 이전 △처분시설은 2060년 이전 운영개시 노력에 합의한 상태다.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현재 원전 부지 내 방폐물 저장시설 규모다. 야당에서는 '원자로 설계수명 기간 동안 발생예측량'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수명연장 등을 고려해 이를 늘릴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에너지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미 사용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할 '골든타임'이 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법을 제정한다 해도 고준위 방폐장이 지어지기까지 37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원전 가동 50년 넘었는데도 아직 방폐장 부지도 못 정해

한국은 원전을 가동한 지 50년이 돼가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 시점은 1978년이다. 1980년대부터 부지를 선정하려고 추진했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지역 주민 반발이 심한 탓에 무산됐다.


지금까지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과 중간 저장시설이 없어 원전 부지에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하지만 원전 부지에서 임시로 사용하는 저장시설 마저도 당장 7년 뒤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차고 넘치기 시작한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란 사용후 핵연료 등 열과 방사능 농도가 높은 폐기물로, 사용후 핵연료가 대부분이다. 원자력발전은 핵연료를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을 일으켜 나오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사용후 핵연료는 이 때 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물질이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가장 안전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방식은 심층처분이다. 고준위 방폐물을 처분용기에 담아 지하 500~1000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고준위 방폐장에 중간저장시설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을 함께 설치할 계획이다. 부지선정 기간만 13년 정도 걸린다.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수 있는 지역을 사전에 조사하고 선정 지역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다. 주민 동의 등 절차를 거쳐 첫 삽을 뜨면 7년 안에 중간저장시설을 완공하고, 이후 17년 안에 영구격리시설을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한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설치 진행 현황

한국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 설치 진행 현황

▲자료=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오는 2030년쯤이면 대부분의 고준위 방폐물 저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된다.


산업부가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재산정한 결과, 사용후 핵연료 예상 발생량은 지난 2021년 12월 63만5329다발에서 2023년 2월 79만3955다발로 1년여사이 15만8626다발 늘어났다.


주요 원전별 사용후 핵연료 포화율은 고리 87.5%, 한빛 77.9%, 월성 75.5%, 한울 74.7% 등이다.


전남 영광군 한빛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은 오는 2031년에서 2030년으로 1년 빨라졌다. 경북 울진군 한울원전은 기존 2032년에서 2031년으로, 경북 경주시 신월성원전은 애초 2044년에서 2042년으로 당겨졌다.


반면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전의 경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기존 2031년에서 2032년으로 늦춰졌다.


9차 전기본에서는 고리 2호기의 조밀저장대(핵연료 간격을 줄여 전체 저장용량을 늘리는 장치) 설치를 검토하지 않았지만 10차 전기본에서는 해당 원전의 계속운전이 반영됨에 따라 조밀저장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가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리원전의 습식저장조에는 2032년쯤 사용후 핵연료가 포화될 예정이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고리원전(고리 2~4호기, 신고리 1·2호기)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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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에너지정보문화재단

이재학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고준위사업본부장은 “고준위특별법은 원전 확대, 탈원전 등 정책영역과는 무관하게 국가가 해결해야 할 필수 과제"라며 “특히 사용후핵연료 1만8900톤이 쌓인 상황에서 고준위방폐장 확보는 원자력의 혜택을 누린 현세대의 당연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약 10년의 공론화에서 법제화를 통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확보가 권고됐다"며 “앞선 부지실패 사례를 감안할 때 △부지선정절차 △유치지역 지원방안을 담은 특별법은 고준위 처분시설확보의 선결조건"이라며 법안 통과 없이는 폐기물 관리를 시작조차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 “여야 막론하고 최대한 빨리 추진해야 할 과제"

에너지·원전 전문가들은 신규 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기 때문에 사용후 핵연료 처분 계획도 반드시 그에 맞춰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가 원전 산업을 복구하고 확대와 수출까지 하려면 폐기물 저장소가 무조건 필요하다"며 “폐기물 시설에 대한 계획을 만들고 차근차근 수립해 나가야 우리 원전도 경제성이 있고 친환경적이면서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이어 “원전을 청정에너지화 하려면 폐기물 처분장이 필요하다.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서 폐기장 확보에 대한 계획을 전제로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인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정치권에서 발전원별 이념 싸움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상황인 만큼 발전원 시설들을 어디에 어떻게 설치해야 하고 이를 지역에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법을 정치권이 풀어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총괄했던 정동욱 전 한국원자력학회장은 “일부 원전 반대론자들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고준위 방폐장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위험할수록 빨리 처리 시설을 마련해서 핵폐기물을 보관해야 한다. 위험하다는 이유로 처리시설이 세워지는 걸 미룰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전 학회장은 이어 “오히려 우리가 한 발자국 앞서 나갈 생각을 해야 한다"며 “전세계적으로 원전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고준위 방폐장 시설에 대해서도 인정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고준위 방폐장 설립을 빨리 시작하고 안전하다는 게 확인이 된다면 새로운 수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동석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도 “한국이 원자력발전 강국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국내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대한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며 “여야는 22대 국회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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