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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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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최윤범 운명 ‘소액주주’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1.22 15:57

■고려아연 오늘 임시주총… 눈길 끄는 ‘3대 이슈’

이슈1 집중투표제: 도입 자체는 가능해…최 회장의 ‘마지막 카드’

이슈2 이사회 장악: MBK·영풍 기존 표 대결 방식으로는 매우 유리

이슈3 3월 정기 주총: 소액주주 결집→집중투표제 도입→전세 역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지난해 9월부터 지속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확실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영풍의 공세에 맞서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왔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다만 최근 법원이 고려아연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해서는 안 된다는 MBK·영풍의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최 회장이 다소 어려운 길을 가게 됐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첫 번째 저지선으로 여겨진 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 선임이 불발되면서 최 회장이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된 탓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 도입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중립·소액 주주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행보를 꾸준히 유지하는 동시에 이르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행될 이사 선임에서 최대한 변수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MBK·영풍,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가능성 높아

22일 재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등 정관 변경 의안 등을 다수 표결에 붙인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임시 주총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 결정으로 도입이 불발된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 입장에서 경영권 수성을 위한 묘수였다. 도입된다면 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 줄 수 있어 최 회장 측 소액 주주들이 변수를 만들 수 있었다. 의결권 지분율이 39.16%로 열세였던 최 회장으로서는 MBK·영풍 측이 원하는 이사들의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첫 번째 저지선이었던 셈이다.




앞서 고려아연 회사 측에서 추천한 이사 후보는 7인이며, MBK·영풍 측이 제안한 후보는 14명에 달한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지 않기에 기존 과반수 득표제 방식에 따라 이들의 이사 선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점에선 MBK·영풍 측 이사 후보 14명 전원의 이사회 입성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MBK·영풍 측이 보유한 지분과 이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던 노르웨이연기금 등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을 합치면 출석 주주의 과반수 달성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MBK 연합 측 이사 후보 14명 전원이 이사회 입성에 성공하면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13명 중 1명(장형진 영풍 고문)에 불과했던 MBK·영풍 측 인사는 15명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MBK·영풍 측은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게 돼 최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최 회장, 여전히 집중투표제 필요…소액주주 표심 공략·다음 대결 대비

MBK·영풍 측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해야하는 최 회장의 카드는 여전히 '집중투표제'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1일 법원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면적으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이날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가 도입됐을 경우 집중투표제에 따라 이사를 선임한다는 이른바 '집중투표제 도입 조건부 이사선임 안건'에 대해서만 의안상정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임시 주총에서 여전히 집중투표제 자체는 통과될 수 있으며, 의안으로도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 측은 여전히 임시 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1일 법원의 가처분 인용 이후 입장문을 통해서 “소수주주 보호 및 권익 증대라는 애초 취지에 맞춰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적극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립·소액주주의 표심을 공략하는 동시에 장기전을 바라본 포석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중립·소액 주주들을 최대한 설득해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의 이사회 입성을 저지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추천한 이사 후보를 한 명이라도 더 통과시켜야만 좀 더 유리한 고지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오는 3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 13명 중 5명의 임기가, 내년 3월에는 최 회장을 포함한 이사 8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때문에 이르면 오는 3월 혹은 내년 3월에도 이사 선임을 위한 표 대결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최 회장 입장에서는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집중투표제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여전히 적지 않은 지분을 가진 소액 주주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현재로서는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소액 주주들과 국민연금이기 때문에 이들의 결정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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