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움직임 속에 연 3%대 정기예금 상품이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년 만기 단리 기준 시중은행의 36개 정기예금 상품 중 9개 상품만 연 3% 이상의 기본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1일만 해도 기준금리인 연 3% 이상의 기본금리를 주는 상품은 13개였는데 그 수가 감소했다.
현재 가장 높은 기본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은 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으로 연 3.15%의 금리를 준다. JB 다이렉트예금통장의 전월 취급 평균 금리는 연 3.32%로, 현재 금리는 이보다 0.17%포인트(p) 하락했다. 이달 1일 정기예금 중 Sh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이 연 3.4%의 가장 높은 금리를 줬는데, 이 상품 금리는 이날 기준 연 3.1%로 낮아졌다.
두 번째로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은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으로, 연 3.1%의 기본금리를 준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다. 전월 취급 평균 금리에 비해서는 0.02%p 낮아졌다. 이와 함께 헤이정기예금과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이 연 3.1%의 금리를 준다. 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II와 광주은행의 더(The)플러스예금, 우리은행의 원(WON)플러스예금,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은 연 3%의 기본금리를 주고 있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 속에서도 은행들은 정기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일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 금리를 최대 0.3%p 인하했다. 만기 2년 이상 상품의 금리는 연 2.2%에서 연 1.9%로 하락하며 1%대로 떨어졌다. 우리 퍼스트 정기적금 금리는 2%에서 1.5%로 0.5%p나 하향 조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지난 21일부터 수신상품 금리를 인하했다. 코드K 정기예금과 코드K 자유적금 금리는 만기에 따라 최고 0.2%p 낮췄다. 플러스박스 금리는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0.1%p 인하했다.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이뤄지면 연 3%대 은행 정기예금 상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은행채(무보증·AAA) 1년물 금리는 2.852%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만 해도 이 채권 금리는 3.033%로 3%대였지만, 이달 2일부터 2%대로 하락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면 이와 연동된 은행 수신 상품 금리도 하락한다"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가 예고됐기 때문에 정기 예·적금 금리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