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PC와 모바일 등의 수요 침체와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범용(레거시) 메모리 반도체가 부진했고,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 개선 모델을 올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하며 반등을 도모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300조8709억원, 영업이익 32조7260억원을 기록했다고 3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 398.34%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이 300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2년(302조2314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4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특히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뼈아팠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은 4분기 매출 30조1000억원, 영업이익 2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 부문이 4분기 3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성적을 거뒀다.
연간으로 봐도 저조한 성적표다. DS 부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경쟁사인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와 비교해 8조원 이상 적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는 모바일 및 PC용 제품 수요 약세가 지속됐다.
파운드리는 가동률 하락과 첨단 공정 연구개발비 증가로 적자가 지속된 것으로 추정된다. 시스템LSI 또한 모바일 수요 약세와 연구개발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HBM 매출도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았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2024년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4분기 지정학적 이슈 등으로 당사 HBM 매출은 당초 전망을 소폭 하회한 전 분기 대비 1.9배 성장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HBM3E 개선 제품을 앞세워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그래픽 처리장치(GPU) 과제에 맞춰 최적화된 HBM3E 개선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HBM3E 개선 제품은 HBM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3E 엔비디아 납품을 목표로 했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제품의 설계 문제를 언급하는 등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부사장은 “(HBM3E) 개선 제품의 공급 증가는 2분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라며 “2분기 고객 수요가 HBM3E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수요에 맞춰 램프업해 올해 전체 비트공급량을 2배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HBM3E 16단 제품도 스택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부문별로 보면 스마트폰 사업 등을 담당하는 모바일 경험(MX) 사업부는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 효과 감소 등으로 스마트폰 판매가 줄어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TV와 가전 사업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둔화됐다.
하만은 전장 사업의 안정적인 수주 속에 매출 3조9000억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기록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매출 8조1000억원, 영업이익 9000억원의 성적을 거뒀다.
4분기 시설투자는 전 분기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한 17조8000억원으로 사업별로는 DS 16조 원, 디스플레이 1조원 수준이다.
연간 시설투자 금액은 역대 최대인 53조6000억원이다. DS 부문에 46조3000억 원, 디스플레이에 4조8000억원이 투자됐다.
당초 계획보다는 적은 투자금액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4년 시설투자 예상 금액은 56조7000억원이었다.
또한 삼성전자는 이날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 우선주 1주당 각각 363원, 364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7%, 우선주 0.8%로 배당금 총액은 2조4543억652만4450원이다. 배당 기준일은 지난해 12월 31일이며, 배당금은 오는 3월 주주총회일로부터 1개월 이내 지급될 예정이다.
1년 전과 비교해 배당률은 소폭 상승했음에도 전체 배당금 규모는 거의 동일한 데 이는 최근 주가 하락 영향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