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닌텐도가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이 막강한 데다 올해 출시 예정인 차세대 콘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 2'가 회사 실적을 견인하고, 이와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다.
3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의 야마무라 준코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닌텐도 주식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 확대'로 제시했다. 그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영화가 성공하면서 시장은 닌텐도를 단순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닌 콘텐츠 제작업체로 평가하기 시작했다"며 “회사의 독특한 소프트웨어 판매 전략으로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2월 4일 예정된 실적발표에서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겠지만 (닌텐도 스위치의) 후속 기종 출시로 4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부턴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030 3월 연말 회계연도까지 닌텐도 수익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위치2는 지난 16일 처음으로 공개됐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으로 이어졌고 주가는 지난 20일까지 7% 넘게 폭락했다. 그럼에도 닌텐도 주가는 반등에 성공해 지난 24일 신고가를 경신했고 지난 28일엔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1만엔선을 넘어섰다. 닌텐도 주가는 지난 12개월 동안 25% 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마이클 팻처 애널리스트도 닌텐도 주가 전망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실적을 견인하는 주체가 스위치2 자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판매량, 닌텐도 온라인 구독, 영화 로열티, 테마파크 등에 있다"며 닌텐도 간판게임 '마리오카트'의 신작인 마리오카트9가 스위치2 출시와 함께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닌텐도는 또한 인기 시리즈인 '젤다의 전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를 제작 중이고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에 있는 '슈퍼 닌텐도 월드' 테마파크를 싱가포르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확장할 계획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팻처 애널리스트는 또 스위치2의 전체 판매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적 관세를 시행할 경우 타격이 예상되지만 닌텐도는 하드웨어보다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다른 테크 기업들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닌텐도가 미중 AI 전쟁에서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분석업체 펠햄 스미더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강력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매력적인 안전한 피난처로 간주된다"며 “딥시크 공포로 AI 관련주들이 폭락한 상황에 닌텐도처럼 차세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의존도가 낮은 게임주로 자금이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기술적으로 닌텐도 주가가 과열됐고 주가수익비율이 7년래 최고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블룸거그는 전했다. 또한 닌텐도 주식의 미결제 공매도 잔액(short interest)가 2주 만에 0.3%에서 0.9%로 급등했다.
스위치2의 공식 출시일이 미정인 점도 리스크로 지목되고 있다. 기기의 구체적인 사양과 출시 일정 등은 오는 4월 2일 닌텐도의 신작 발표회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공개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팻처 애널리스트는 “스위치2가 공식적으로 출시되기 전까지 닌텐도 주가에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