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지닌 삼성화재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예정대로 계획을 이행할 경우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이후 삼성생명이 나타낼 방향과 그에 따른 삼성화재 밸류업 성공 가능성에도 이목이 모인다.
◇ 삼성화재, 밸류업 본격 신호탄…여전한 안주함에 비판도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밸류업 계획을 지난달 31일 공시했다.
이는 상장 보험사 중 최초이자 삼성금융 계열사 중에서도 처음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힌 것이다. 앞서 여러 금융변동성과 회계이슈 등으로 장기간 답보 상태를 이어왔지만 이번 공시를 통해 배당성향 상향을 공표함과 함께 주주환원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화재는 2028년까지 자사주 비중을 현재 15.9%에서 5% 미만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삼성화재가 보유한 자사주는 약 755만주로 비중 축소를 위해 매년 균등하게 발행주식 총수의 2.5~3.0% 수준인 약 136만주씩(현 주가기준 약 5000억원) 소각할 것으로 추산된다. 주주환원율 확대와 자사주 소각을 병행하는 전략을 택하겠단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소각 규모나 상세 실행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지급여력(K-ICS, 킥스)비율과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밸류업 핵심 지표로 선정했다. 킥스비율은 220%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지속 가능한 ROE는 11~13%의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자사주 소각 계획 정도가 이전보다 구체화 된 건 투자자들로선 반가운 소식일 수 있다. 실제로 보험업권에서 가장 급진적인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메리츠화재가 꾸준한 소각에 나선 것을 보면 자사주 소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면에서 이전보다 적극성을 가지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업계 최고수준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회사임에도 또 다시 파격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화재는지난해 3분기 킥스 비율이 280.6%로 업계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며 최근 5년 주주환원율 평균은 43.2%로 목표로 내건 수치들이 이미 중장기 목표 수준에 근접해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화재가 명시한 2024년 DPS 1만8500원~1만9000원과 배당 성향 50% 도달 시점 2028년은 분명 퇴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예상보다 목표달성 시점이 지연된 것과 구체적인 시행 시기가 빠져있는 점이 다소 아쉽단 지적이다. 투자자로선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시점을 2028년으로 밝힌 것 외에 이번 발표에서 새로울 게 없을 수 있어서다. 이미 지난해에도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목표치 등에 대해 알려왔기에 자사주 소각 시점이나 방식에 관해 가려운 부분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 이 연구원은 “4년간 균등소각 가정이라고 한 것과 소각규모와 시점 등 상세 실행 계획이 시장 상황에 따라 추후 결정 예정이라고 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보다 적극적인 밸류업 정책이나 사업 확장 등 신성장동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메리츠화재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 핵심 지표로 총주주수익률(TSR)을 설정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3개년 평균 TSR을 44%까지 끌어올렸다. TSR은 주주의 주가 수익률만이 아닌 배당소득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목표설정 기간 동안 각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을 뜻한다. 3개년 연평균 TSR 50%를 달성했다면 투자자가 투자원금 대비 연평균 50%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의미다.
이날 종가 기준 삼성화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7배 수준으로 유럽·미국 등 글로벌 보험사가 1.3~1.9배 수준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 저평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메리츠금융은 지난달 기준 PBR이 2배를 웃돈다.
◇ 삼성생명 자회사 편입 이슈 온다…삼성화재 밸류업 향배는
한편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해 비중을 5% 미만으로 끌어내리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15%를 넘어서게 되면서 자회사로 편입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타 회사 발행주식의 15% 이상을 소유할 수 없으며, 이를 넘길 시 금융위의 승인을 받아 자회사로 편입시켜야 한다.
자회사로 편입 시 삼성화재 실적이 지분율만큼 삼성생명 실적에 반영되기에 삼성생명 배당 규모가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와 직접적으로 지분이 얽혀있는 삼성생명으로선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면서도 투자자 입장에선 주주환원 규모의 확대를 예상할 수 있게 된다.
삼성생명의 추후 행보는 삼성화재 밸류업에 대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실리게 된다. 만일 삼성생명이 자회사 편입에 미온적인 방향을 택한다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을 소각이 아닌 시장에 처분하는 쪽을 택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삼성화재 주가엔 제약을 줄 수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생명으로의 자회사 편입 시 주식 소각 방해 요인이 소멸되므로 자사주의 신규 취득 및 소각의 여력이 확보된다"면서도 “삼성화재는 (자사주 소각보다) 당분간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밝혔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자사주 소각의 최종적인 영향이 삼성생명의 결정과 무관치 않음에도 이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선 밝히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이 이달 중 IR을 앞둔 가운데 자회사 편입 이슈나 주주환원책 관련 윤곽을 나타낼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병건 연구원은 “자사주 소각 시 삼성생명의 자회사 편입 인가 문제에서 삼성생명이 어떻게 나올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기존 통념과는 다소 배치되는 답변을 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