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신문 안 읽는 대통령의 부정선거 타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05 11:02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월 21일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제3차 변론 막바지에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자체를 색출하라는 게 아니라 선관위의 전산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봐라, 어떤 장비들이 있고, 어떤 시스템이 가동되는, 그런 것이기 때문에 저희가 선거가 부정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라는 차원이었다"고 강변했다. 만약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에 보낸 병력보다 더 많은 군인을 중앙선관위에 투입할 필요가 있었나. 팩트체크 차원이라면 왜 북파공작 암살조로 알려진 HID 요원에게 임무를 맡겼을까.


팩트체크라면 비상계엄을 선포할 게 아니라 서울대 법학과 79학번 동기동창인 중앙선관위 김용빈 사무총장을 불러서 정식으로 보고를 시키거나 직접 선관위를 방문해서 확인해도 되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출신이니 유튜브에 빠지는 대신 민경욱 전의원이 제기한 2020년 총선 부정선거 의혹 관련 2022년 9월 대법원의 기각 판결문을 법원 종합법률정보에서 인터넷으로 찾아 읽는 간단한 방법도 있었다. 아니면 국정원에게 2023년 7-9월 선관위와 합동으로 실시했던 선관위 보안 컨설팅 실시 결과를 다시 보고하라고 시켰어도 될 일이었다.


대통령은 12월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부정선거와 관련해 국정원의 컨설팅 결과를 근거로 삼았지만 계엄 해제 직후 국정원은 국회에 출석하여 “과거 선관위 직원의 e메일을 해킹해 대외비를 포함한 일부 업무자료가 유출되는 등 선관위의 보안 시스템이 다른 기관보다 취약하다고 판단했을 뿐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라고 다시 보고했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선관위 시스템에)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하였고 방화벽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며 "저는 당시 대통령으로서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라고 주장했지만 같은달 30일 국정원은 기자들에게 "국정원은 선관위 전산 시스템상 많은 취약성을 확인했으나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부정선거 판단은 내리지 않았다고 진술한 바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또다시 공지했다.


도무지 믿지 않는 사람이 많겠지만 대통령은 신문을 안 읽기로 유명하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신문을 안 본다... 지난해 총선 전에도 여권 인사에게 “신문 보지 말고 민심(즉, 극우 유투브)을 들으라"고 했다더니 지난달 15일 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에도 “요즘 레거시 미디어(전통적 신문·방송)는 너무 편향돼 있으니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했단다“라고 썼다. 감옥에서는 더 이상 유튜브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대신 티브이 뉴스라도 잘 보고 누가 편향된 것인지 성찰해야 할 것이다.


요새 언론에서 부정선거 팩트체크가 늘어나서 다행이다. 유경준 전 통계청장은 "자신의 승리가 5-10% 포인트 우위인 사전 예측보다 적은 0.73% 포인트 차“로 끝나서 2022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대통령 면전에서 통계학적으로 반박했다고 한다. 자기가 이긴 선거까지 부정선거라고 했다니 누워서 침 뱉는 대통령이 통계 전문가로서 얼마나 허술해 보였을까. 또 대통령 측은 헌재에서 중앙선관위 "전산시스템의 비밀번호 '12345'는 조잡하기도 하려니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연결 번호로서 중국 등 외부에서 풀고 들어오라고 만들어 놓은 듯이 기이한 일치성“을 가져서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12345는 한국의 119 격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12345가 가장 흔한 비번인데 이를 쓰는 사람은 다 중국과 가깝다는 말인가.




더 황당한 것은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당일 수원의 선거연수원에서 민간인 90여 명이 감금된 정황이 있다는 기사가 한 언론에 의하여 중국인 해커부대 90여 명으로 둔갑된 보도다. 이 기사는 다시 중국인 간첩 99명으로 색칠되었고 이들이 계엄군에 의하여 체포된 뒤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되었다고 재생산되었다. 그나마 주한미군에서 이것이 완전한 거짓이라는 입장을 밝혀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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