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09.bf8380f5fce74a6bbf4a811dd69871ef_P1.png)
▲윤석열대통령이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이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에 의뢰·조사해 10일 발표한 2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는 범진보·범보수 진영의 조기 대선 후보 경쟁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각각 상당한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확인됐다. 다만 이 대표의 경우 비교적 탄탄한 지지세를 보인 반면 김 장관은 유동적이라는 점도 엿보인다. 사법리스크,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등 대형 변수에 따라 두 사람의 운명이 달라질 전망이다.
우선 이 대표는 차기 대선 범진보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40.8%의 지지를 얻어 타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에 갇혀 있던 '박스권'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김 장관도 범보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25.1%를 얻어 타 후보들을 훨씬 앞섰다. 두 사람 모두 현재의 대선 지형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눈에 띄는 것은 이 대표가 김 장관 보다 지지 기반 내에서 더 안정적인 기반을 갖췄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우선 이 대표 외에 다른 잠재 후보들은 10%에 훨씬 못 미쳐 아직은 경쟁 상대로 떠오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주요 지지 기반인 민주당 지지층의 82.6%, 진보층 70.0%, 중도층 44.4% 등 압도적으로 타 후보들을 앞섰다. 다만 무당층에선 26.8%에 그쳤다.
반면 김동연 경기지사 7.7% 김부겸 전 총리 6.5%, 이낙연 전 총리 6.0%, 김경수 전 경남지사 4.5% 등 이른바 '비명계' 잠재 후보들은 모두 한 자릿 수에 그쳤다. 다만 김 지사의 경우 무당층에서 12.1%로 강세를 보였다. 이밖에 출마 의사를 비친 적이 없음에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차분함이 돋보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3.5%를 얻어 관심을 끌었다. 반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0.8%로 최하위에 그쳤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의 경우 타 후보군에 비해 탄탄한 지지 기반을 구축 중인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음달로 예상되는 선거법 위반 재판 2심 결과라는 대형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선 출마를 강행할 수 있으려면 중도층의 지지를 좀 더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장관도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에서 갑자기 부각된 후 보수 진영 내에서 20% 안팎의 지지도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보수 진영내 다른 후보군들이 상당히 의미있는 지지율로 뒤를 쫓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등 여당 내 개혁적 보수 세력을 대표하는 두 사람, 유승민 전 의원·오세훈 서울시장이 각각 11.1%와 10.3%를 얻어 기세를 올렸다. 여기에 사실상 당에서 '퇴출'당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7.4%나 획득했다. '단기필마' 격인 안철수 의원(5.1%)이나 딴 살림을 차린 이준석 의원(4.0%)도 나름 의미있는 지지율을 기록했다. 김 장관과 그나마 성향이 유사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7.5%를 얻었다.
진보 진영 후보군에서 이 대표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과는 딴판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이같은 지지율 분포가 김 장관이 실제 처해 있는 정치적 지형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김 장관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발하는 '강직한' 모습을 보여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후보 경쟁력과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인용 등의 변수를 고려할 때 지지 기반이 상당히 유동적으로 분석된다. 지금이야 강경해진 보수 진영의 여론이 김 장관에게 와 있지만, 앞으로 탄핵이 인용되고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중도층의 민심이 중요해지면 다른 여론 지형이 펼쳐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선 승패를 가를 중도층에서 19.9%를 얻는 데 그쳤다. 유 전 의원이 14.6%, 오 시장이 9.9%를 획득해 두 사람만 합쳐도 김 지사를 추월했다. 무당층에서도 김 장관은 17.2%에 불과해 유 전 의원 10.3%, 오 시장 10.2%에 바짝 추격 당했다.
한편 '정권교체·연장'에 대해선 3주째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한때 역전 당했던 정권 교체 여론이 다시 우세를 점해가는 흐름이다. 정권 교체 여론은 12.3 비상계엄 이후 1월 초까지는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다가 윤 대통령 체포·구속을 전후한 1월 셋째주부터 정권 연장 여론에 추월(연장 48.6% vs 교체 46.2%) 당했었다. 하지만 일주일 후인 1월 넷째주 곧바로 다시 3.1%포인트(p) 차이로 역전(연장 46.0% vs 교체 49.1%)했고,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격차를 4.0%p(연장 45.2% vs 교체 49.2%)로 벌렸다.
정당 지지율은 큰 변화없이 두 당이 40%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내내 뒤지던 국민의힘이 1월 3주차 때 역전해 오차 범위 밖인 7.5%p나 앞섰던 것에 비해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흐름이다. 전주 3.7%p(국민의힘 45.4% vs 민주당 41.7%)를 기록했고 이번 조사에선 2.0%p(42.8% vs 40.8%)로 감소했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구조가 사실상 두 정당이 한국 정치의 양쪽 영역을 진영 간 대결로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며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고 35%는 먹고 가는데 나머지 30% 정도인 중도층이 대선 승패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