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이자마진이 축소됐으나, 대출이 확대된 덕분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5조782억원을 달성했다. 금융지주에서 '5조 클럽' 가입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금융지주는 은행의 순이익이 소폭 하락했음에도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 계열사들의 선전에 힘입어 순이익을 전년 대비 10% 이상 끌어올렸다.
신한금융지주(4조5175억원)도 3.4% 상승했다. 2022년 4조6423억원을 돌파하지는 못했으나,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의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나금융지주는 3조7388억원으로 9.3% 늘어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고객 기반을 늘리고, 수수료이익이 확대된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3조860억원으로 23.1% 확대됐다.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 중점 지원 등 기업대출 역량을 높이고 비이자이익을 대폭 향상시킨 결과다.
BNK·JB금융지주도 역대 최대 실적을 시현했다. BNK금융의 지난해 순이익은 6775억원으로 25.5% 늘어났다. 부산·경남은행과 비은행 부문 모두 실적이 확대됐다.
JB금융(6775억원)도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15.6% 증가했다. 반면 DGB금융지주는 2208억원으로 43.1% 감소했다. iM 증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충당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금융권은 순이자마진(NIM) 감소에도 주택담보대출을 필두로 가계 대출이 늘어나고 기업 대출 수요도 견조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빨리 내리면 예대차익(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든다.
지난해말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로 치솟으면서 외환(FX) 관련 손실을 입었으나, 주주가치 상승을 위한 '실탄'을 보유한 것도 특징이다.
KB·신한·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보통주자본비율(CET 1)이 13%를 웃돌고 있으며, 우리금융(12.08%)도 전분기 대비 높아졌다. 위험가중자산이 불어났으나,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자본비율을 지켜낸 셈이다.
CET 1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다. 통상 금융지주는 CET 1이 13%를 상회할 때 주주환원 확대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KB금융이 5200억원, 신한금융도 50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예고하는 등 밸류업을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하나금융은 4000억원, 우리금융은 1500억원 수준이다.
BNK금융은 올 상반기에 400억원, 하반기에는 이를 상회하는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계획이다. JB금융도 지난해 추진하지 못한 31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올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DGB금융은 6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금융권은 올해 예상 당기순이익이 자사주 매입·소각의 발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현금 배당을 포함한 총 주주환원율도 높인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