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http://www.ekn.kr/mnt/file_m/202502/news-p.v1.20250214.17506f0c801c4ed0aef0649c01e9479d_P1.jpg)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경영능력을 입증해야하는 코오롱그룹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난관을 맞이했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위축·전기차 캐즘 등의 악재로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하락세인 탓이다.
올해도 고금리와 경기 위축이 크게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으로 관세 등의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어 경영 환경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규호 부회장, 경영능력 입증해야 승계 작업 탄력 구조
14일 산업권에 따르면 코오롱은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경영권 승계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그룹으로 꼽힌다.
코오롱그룹의 총수(동일인)인 이웅열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오너 4세인 이규호 부회장이 유일한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그러나 그는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의 지분을 단 한주도 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재계에서 '0%의 후계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에 대해 지분보다 경영능력 입증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지난 2018년 이 명예회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지분 증여에 대해 “능력이 있다고 판단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영능력을 입증한다면 지분 증여 등이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984년생으로 미국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코오롱글로벌 자동차부문 부사장,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이사 사장 등 여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지난해 초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이 부회장은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의 대표이사를 사임(사내이사직 유지)하고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돼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 지주사는 물론 이 부회장이 사내이사를 맡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고금리와 경기 위축의 영향으로 ㈜코오롱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조7693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을 기록해 각각 지난 2023년 대비 2.1%와 77.9% 줄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주력 상품인 아라미드 생산시설의 정기보수가 많았던 영향으로 지난해 영업이익 1645억원을 기록해 2023년 대비 17.6% 줄었다. 코오롱글로벌은 고금리 상황에서 건설업황이 크게 악화한 탓에 영업손실 45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2023년 말까지 이 부회장이 대표를 맡았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2023년 대비 50% 줄어든 197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영능력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다소 어려운 상황이다.
◇코오롱그룹 주요 계열사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적 우려
문제는 지난해 코오롱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의 실적 악화를 발생시킨 악재가 올해도 대부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39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중간 값이 종전의 1.8%보다 1.6%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당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함께 경기 위축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하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전기차 캐즘도 올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자동차그룹 HMG경영연구원의 양진수 모빌리티산업연구실장(상무)은 지난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올해도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기차·배터리 관련 전문가들도 올해 캐즘의 지속을 예측하고 있다.
다만 고금리만큼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금리는 3.5% 수준을 지속 유지했는데 올해 연초 3%로 0.5%포인트(p) 가량 하향 조정됐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2~2.5% 수준으로 3~4차례 하향 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연초부터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지난해보다 악재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도 코오롱그룹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가 호실적을 올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업무를 맡은 만큼 당장의 실적에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코오롱그룹이 최근 몇 년 동안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그룹 내 사업 분할·합병을 잇달아 진행하고 있다.
코오롱은 지난 2023년 코오롱글로벌의 자동차 부문을 인적 분할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지난해 7월에도 항공과 방산 계열사 코오롱데크컴퍼지트, 코오롱글로텍의 경량화 부품·방탄소재·수소탱크 사업, 코오롱ENP의 차량용 배터리 경량화 소재 등 그룹 내에 흩어져 있던 복합소재 사업들을 한데 모아 '코오롱스페이스웍스'를 출범시켰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분할·합병 작업을 직접 이끌거나 상당한 영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아직 건재하다"며 “승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