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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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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내 가입자 3배” 티빙의 도전…업계선 회의론 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2.24 14:58

2027년까지 1000만명 확보, 최종 1500만명 목표

美·日 시장 공략, 웨이브와의 합병 통해 성장 추진

글로벌 OTT 강세에 합병안 지연… 불확실성 커져

티빙의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티빙의 올해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미국과 일본 시장 공략, 웨이브와의 합병 등을 통해 2년 내 가입자 수를 세 배로 늘리겠다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글로벌 OTT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해외 성과를 장담할 수 없고 웨이브와의 합병이 지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몸집 3배 키우겠다는 티빙의 계획

24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2027년까지 유료 가입자 수를 15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가입자 수는 약 500만명으로, 2년 내 3배 성장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티빙은 2년 내 1000만명 이상의 추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


최주희 티빙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국내 700만~800만명, 해외 700만~800만명의 가입자를 2년 내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웨이브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OTT 시장에서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고, 미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의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 티빙의 야심찬 포부, 현실성 있나?

하지만 업계에서는 티빙의 목표가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국내 시장은 이미 OTT가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고, 소비자들의 유료 구독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 유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 13세 이상 남녀 83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8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72.0%, 2023년 77.0%에서 지난해 79.2%로 증가하며, 사실상 국민 10명 중 8명이 이미 OTT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넷플릭스는 올해 오리지널 드라마, 영화, 예능, 다큐멘터리 등 40여편의 신규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반면, 티빙은 15편 내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어 콘텐츠 볼륨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시장을 넘어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전략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 시장은 이미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글로벌 OTT들이 선점한 상태라, 티빙이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 내 외국 콘텐츠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패럿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22년 11월에 외국어 시리즈의 미국 내 수요 점유율이 정점을 찍고 2023년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본 시장도 마찬가지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기존에 한국 콘텐츠가 강세를 보였지만, 2023년 이후 현지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글로벌 OTT 트렌드' 보고서를 통해 “일본 OTT 시장은 자국 콘텐츠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며 “2022년에는 시청 상위 10위권에 한국 콘텐츠가 8편이나 포진돼 있었으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1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티빙이 일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웨이브와의 합병 지연…시장 회의론 키워

웨이브와의 합병은 가입자 확대를 위한 핵심 전략이지만, 협상이 지연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스튜디오지니는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입지 약화를 우려하며 최종 협상안에 쉽게 동의하지 않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보다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들이 유료방송 이용을 빠르게 대체해 타격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KT스튜디오지니의 결단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엔터테인먼트학회논문지에 실린 'OTT 서비스와 유료방송 이용 간 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유튜브 등 글로벌 OTT는 IPTV,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가입자와의 관계가 없는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유료방송 가입자 이용률을 낮추는 경향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진행되면 콘텐츠 투자 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입자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연된다면 티빙의 성장 전략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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