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설전 벌이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 백악관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두고 “유감스럽다"고 언급하며 미국 측에 회해의 뜻을 전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여파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지원 중단에 나서겠다고 압박하자 빠른 속도로 사태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불발된 양국간 광물협정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전해져 귀추가 주목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평화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약속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며 “끝없는 전쟁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평화에 다가가기 위해 우크라이나는 빠른 시일 내 협상 테이블에 갈 준비가 됐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관련해 “예상했던 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매우 유감"이라며 “이제는 일을 바로잡아야 할 때. 앞으로의 협력과 소통이 건설적이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전쟁 방안과 관련해 “1단계로는 포로 석방과 공중에서의 휴전, 즉 미사일·장거리 드론·에너지와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 금지와 해상에서의 즉각적인 휴전을 즉시 시행할 수 있다"면서도 “단 러시아도 이에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모든 단계를 매우 빠르게 진행하고, 미국과 협력해 강력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지원한 것들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재블린(대전차 미사일)을 제공해 상황이 바뀌었음을 기억한다. 우리는 이에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언급한 휴전 방안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영국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공중·해상 및 에너지 인프라 부문에 대한 1개월 휴전 계획을 공동 제안했다고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광물 협정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는 언제든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이 협정을 더 큰 안보와 확실한 안보 보장을 향한 한 걸음으로 보고 있으며, 이 협정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앞서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굳게 결심했다"며 “미국은 중요한 파트너이고 우리는 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슈미할 총리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주요 7개국(G7) 국가의 구체적인 안보 보장이 필요하고 이를 요구한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유럽 대륙에 실존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원조가 중단되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미국의 패트리엇 방공망의 수리, 유지보수, 탄약 보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을 전면 중지하라고 전날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시각으로 4일 오전 3시3분을 기해 미국의 모든 원조 물자 수송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사안에 정통한 트럼프 행정부 소식통들을 인용해 미국과 우크라니아 정부가 광물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다만 협정 내용이 변경됐는지 불분명하다며 최종 서명된 단계는 아니어서 상황이 변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