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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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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가전, 14억 인도서 돌파구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5.03.05 14:54

수출 2개월 연속 감소·내수 부진 겹쳐
트럼프, 멕시코·캐나다 가전 25% 관세
삼성·LG 美 의존도 낮추고 새시장 개척
인도 현지 생산망·고객 접점 늘려 공략

삼성전자가 인도 뭄바이에 개관한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

▲삼성전자가 인도 뭄바이에 개관한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

한국 가전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내수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수출마저 감소하며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산 가전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업계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국내 가전 업체들은 '14억 인구' 인도 시장을 돌파구로 삼고 전략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 내수 부진·수출 감소…트럼프 관세까지 '삼중고'

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주요 가전 수출액은 6억3400만달러(약 92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3% 감소했다. 1월에도 수출이 줄어든 데 이어 2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내 시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매 판매는 전달보다 0.6% 줄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0% 성장에 그쳤다. 2023년 12월 이후 1년 2개월째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위축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까지 더해지면서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일(현지시간)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가전에 대해 25%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가전제품의 가격 인상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 공장에서 연간 약 1000만대의 TV·냉장고·세탁기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LG전자는 레이노사와 몬테레이 등지에서 연간 약 600만대 이상의 가전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동안 두 회사 모두 멕시코를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해왔지만,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 막강한 내수 인도 시장…새로운 기회 찾는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성장성이 높은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18일 '범부처 비상수출 대책'을 발표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글로벌사우스(비서구권 개발도상국) 수출시장 다변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인도는 미국과 직접적인 무역 마찰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데다, 막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대안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비 시장 중 하나다. 특히 25세 미만 인구가 전체의 40%(약 6억명)에 달해 향후 20년간 주요 소비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급 가전제품을 중심으로 한 국내 업체들의 시장 공략이 더욱 유리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 스마트폰 시장 매출은 프리미엄 제품(50만원 이상) 출하량 증가에 힘입어 전년 대비 9% 성장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제품 현지화 및 고객 접점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뭄바이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를 개장했으며, 서비스센터 수도 기존 400개에서 800개로 두 배 확대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인도 내 생산망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노이다, 푸네에 이어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2026년 말 가동을 목표로 세 번째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을 생활가전의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LG전자 노이다 생산 공장을 방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 우리가 앞서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1등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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